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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언니의 첫사랑은 지금의 형부다. 교회 목사님의 아들이었고, 그 목사님은 아빠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그렇지만 아빠는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다”라며 어쩐지 선을 긋는 말투였다. 그러던 어느 겨울, 언니가 고3 연합고사를 마친 날. 내 반강제 전도에 이끌려 교회에 따라왔고, 바로 그 자리에서 언니는 형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형부를 조금 좋아했었다. 피아노와 기타를 능숙하게 치고, 말수는 적었지만 웃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가 참 멋졌다. 그 시절 ‘교회오빠 감성’을 대표하던 사람이 바로 형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둘은 몰래 사귀고 있었고, 그 사실을 나는 제일 마지막에 알았다.
그러다 형부가 군대를 갔다. 그것도 강원도 화천으로. 그때부터 언니의 일상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입대 다음 날, 언니는 갑자기 앓아누웠다. 감기도 아니고, 장염도 아닌데, 일어나질 못했다. 밥도 못 먹고, 울다가 잠들고, 눈뜨면 또 울고… 하루 종일 이불속에만 파묻혀 있었다. 무슨 병이냐고 묻자, 오래 지켜보시던 할머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거 상사병이야.”
책에서나 듣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병을 내 눈앞에서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사랑 때문에 사람이 진짜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던 언니는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 화천으로 면회를 다녔다. 눈보라를 헤치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혹시나 해서 도시락도 챙기며… 그렇게 3년을 버텼다. 그리고 7년 연애 끝에 결국 첫사랑과 결혼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순정파의 정석이자, 상사병을 실전으로 겪고도 살아남은 거의 전설 같은 존재다.
나는 그때 알았다.
사랑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진짜로 앓게도 만든다는 걸.
그래서인지 지금도 누가 “상사병 난 것 같아”라고 말하면 웃으며 넘기지 못한다. 언니의 그 겨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상사병.
그리고 살짝 무섭고, 조금은 부럽기도 했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언니의 청춘이었다.
#책과 강연 #책강대학#백일백장 2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