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11] 처음 만남에서 평생의 다정함을 알아본 이야기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체크셔츠에 면바지, 단정하게 넘긴 머리. 조수석 문을 아무렇지 않게 열어주는 모습이 괜히 바람둥이 같아 순간 당황했지만, 막상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니 말투가 너무 다정했다. 매일 병원에서 전투적으로 일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런 따뜻한 기운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나는 솔직히 조금 금사빠였다. 말투, 표정, 웃음… 뭔가 ‘이 사람이다’ 싶은 느낌이 소리 없이, 그러나 정확하게 마음에 스며왔다. 그땐 몰랐다. 그 감정이 이렇게 오래가고, 이렇게 깊어질 줄은.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참 순수했고 오빠의 다정함은 지금도 변함없이 내 일상에 스며 있다. 오빠는 밥 달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집에서 명령조로 말한 적도 없다. 오히려 뭐든지 “괜찮아, 내가 할게” 하고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주말에는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나는 언제나 그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빠는 지금도 차문을 열어준다. 그게 아버님이 어머님께 평생 해오던 행동을 자연스레 따라 한 습관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일까. 오빠 차에 오르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감각이 조용히, 따뜻하게 가슴에 번져온다. 그 감각이,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책과 강연#책강대학#백일백장 2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