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흉내 내던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100-012] 담배 한 모금의 교훈

by 손샤인

우리 할머니는 ‘환희’라는 담배를 피우셨다. 그래서 어린 나는 모든 할머니는 원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집이 비어 친구 셋과 놀다가 안방에 놓여 있던 아빠의 담배가 괜히 멋있어 보였다. 우리는 베란다로 몰래 나가 어른 흉내를 내며 담배를 한 모금씩 돌려 피웠다. 매캐한 연기에 모두 기침을 하며 낄낄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베란다 문이 열렸다. 엄마였다. “너네 담배 먹냐? 이런 어린것들이!” 그날 나는 모가지가 돌아갈 만큼 혼났다. 그런데도 “나도 할머니 되면 피울 건데! 연습한 거야!”라고 성질을 냈다. 지금 생각하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철부지의 논리였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담배에는 외로움이, 엄마의 꾸중에는 사랑이, 그날의 내 반항에는 세상을 잘 몰랐던 작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는 걸.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나를 혼냈던 이유는 단순히 담배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른 흉내를 내며 위험한 길로 미끄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를 바르게 키우려는 간절함이 그 속에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화를 내면서도 나를 지키려 했던 엄마의 얼굴이 먼저 생각난다. 나는 엄마 덕분에 어른 흉내 내는 아이로 자라지 않고, 아이를 지켜주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리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나 아직도 담배 못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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