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채집하는 가수의 삶은 화려해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삼십 대가 되어서 가장 두려운 사실과 마주하게 됐다. 그건, 어쩌 면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단 사실이다. 누구든 그랬겠지만, 나의 유년 시절은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릴 적 내 책장은, 부모님이 사주신 과학전집으로 꽉 차 있었 다. 난 그중에 유독 ‘세계 사슴벌레 대도감’이란 책을 좋아했는데, 그 책을 펼칠 때면 난 어른이 되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사슴 벌레들을 만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난 당연히 어른이 되면 그런 멋진 삶을 살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삼십 대가 되어보니, 회사의 좁다란 책상 1 제곱미터 안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지금은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만, 어릴 적 누군가 나에게 와서 “당신은 어른이 되면 평생 그렇게 살게 될 겁니다”라고 했다면, 아 마 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른 바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내 미래를 알게 된다는 것은 허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일 할 때도 그렇다. 예측이 가능하고 계산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안심은 하게 되지만, 호흡은 잦아들고 더는 심장이 요동치지 않는다.


한 6살 때였을까?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손주 자랑을 그렇게 하셨다. 경로당에 데려가서는 노래를 하게 하 셨고, 그러면 나는 멋지게 자세를 잡고 경로당에 모이신 할머니 할 아버지들 앞에서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당시 불렀던 노래는 그때 한참 유행하던 ‘걸어서 저 하늘까지’를 불렀던 거로 기 억한다. 아무튼, 내 손에 쥐어진 길 다란 모든 것은 마이크가 되었 고 지켜보는 사람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무대가 되었다. 그때 난 내가 가수가 될 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참, 그리고 가 수이면서 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슴벌레 채집도 하는.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내 삶은 그런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연도에는 월급이 올랐다고 기뻐하고, 요청했던 컴퓨터 업 그레이드를 해줬다고 좋아하며, 퇴근 후 맥주 한잔에 반신욕을 즐 기며 사는 이 평범한 삶에 만족한다. 하지만, 더는 빨리 뛰지 않는 심장이, 내 이 평범한 삶에 평범한 존재로 살다가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따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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