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에 불이 났다. 우리 집 1층에는 철물 점이 있었고, 우리 가족은 2층에 살고 있었는데, 1층 철물점에 불 이 나면서 위층에 있던 우리 집까지 불이 옮겨 붙어버린 것이다. 당시 119를 불렀지만, 좁은 골목 때문에 쉽사리 들어오질 못했고, 일분일초가 무섭게 불은 타올랐다. 새벽에 부모님은 우리를 먼저 대피시키느라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 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뭔가 생 각난 게 있었는지 주변 사람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져올 것이 있다 며, 아직 불이 덜 번진 2층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셨다. 엄마와 누나 는 울며불며 아버지를 붙들어 말렸고, 나는 아빠와 같이 들어가겠 다며 어서 들어가자고 아버지를 떠밀었다. 당연히 나는 들어가지 못했고, 아버지는 젖은 옷으로 코를 막고 들어가셔서 여러 물건을 들고나오셨는데, 그 물건 중 하나는 사진 첩이었다.
우리 가족은 2년에 한번(?) 명절 때나 돼야 그 사진첩을 열어본 다. 누렇게 색이 바랜 두꺼운 사진첩을 열면 한 면에 두 줄로 여섯 장씩 얇은 비닐 사이로 들어있는 사진들…….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비닐끼리 달라붙어 있어, 넘길 때마다 자주 열어보지 않는다 며 쫘아악~ 호통 소리를 내는 그리고 쾨쾨한 냄새, 그 냄새가 정 겹다. 만약 그때 사진첩이 불에 타버렸다면, 내 어릴 적 추억은 온 전히 기억으로만 회상해야 하는데, 순간 그 사진첩이 너무 소중하 게 여겨졌고 한편으론 아찔했다.
요즘 사람들은 핸드폰을 통해 세상을 본다고 말한다. 콘서트장 에서도, 불꽃 축제에서도, 유치원 재롱잔치에서도 핸드폰을 통해 서만 본다며, 그것이 잘 못 됐다고들 한다. 하지만 각자 추억의 방 식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나에게 사진은, 책을 읽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의 페이지를 접어 두듯이, 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접어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여의도 불꽃 축제를 보러 가는데,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늘에 번지는 불꽃을 또,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들 각자의 방 식으로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