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월요일 아침으로 기억한다. 출근준비를 하는데 아침부터 웬일인 지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밤 새벽에 김 씨 열이 39℃ 가까이 올라, 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을 시켰다는 것이다. 나에게 전화하려 는 걸 김 씨가 막아서 아침이 돼서야 연락을 한 것이라고 했다. 난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마침 수액을 빼고 있었다. 겉옷을 주섬주섬 챙 겨 입고 있는 김 씨를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말을 걸까 말까 고민 을 하다 조용히 말을 걸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나 이제 출근할 거야. 너도 이제 출근해”
내가 올 줄 예상 한 건지, 아니면 모든 걸 내려놓은 건지, 날 보 고도 놀라지 않았다. 얼굴은 창백한 데다, 밤새 열은 얼마나 올랐 었는지 입술이 바짝 말라서 각질까지 올라와 있었다. 안쓰러운 마 음에 어떻게든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아니 그냥 가…….”
“그럼 여기 지하에서 밥은 먹고 가자. 아니면 죽 좀 사 올까?”
“아니 됐다고! 언제부터 나 챙겼다고? 소리칠 힘도 없어 그냥 가”
맞다 소리칠 힘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냥 가기엔 발걸음이 떨 어지지 않았다.
“그럼 택시만 잡아줄게”
“하……. 알았어”
그냥 가지 않을 내 고집을 알았는지 마지못해 허락했다. 가는 길 에 은근슬쩍 부축하려니까 팔을 뿌리치기에 뒤에서 졸졸 따라 정 문을 벗어나 택시를 기다리는데, 내내 정적이 맴돌았다. 그러던 중 김씨가 정적을 깨며 말했다.
“너 때문에 아픈 게 아니야, 죄책감 같은 거, 아니 혹여나 마음 남아있다고도 느끼지 마, 그냥 지금까지 온몸에 힘을 주고 살았나 봐. 일이며 연애며 가족까지……. 노력하면 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그런데……. 이제 너부터 하나 놓고 보니까 좀 살겠어.
“미안해…… 그간 내가 너무 바빠서……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어. 못 챙겨서 미안해.”
“아니 사실 오빠 잘못이라곤 없어. 바쁜 걸 어떡해. 그런데 괘씸 한 게 있어. 내가 오빠를 필요로 한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잖아. 그 게 늘 날 초라하게 해.”
“그런 거 아니야 오해야…….”
“난 늘 오빠가 부족했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워서, 비참해서……. 혼자라면 비참하진 않아. 아니 말해 뭐해. 이제 그 만하자. 헤어지자.”
아픈 사람치고는 말을 너무 잘해서 뭐라 대꾸를 할 수도 없었다. 사실 그날 간호하면서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보려 했는데, 그건 나 만의 착각이었다. 그 어리버리하고 나밖에 모르던 네가, 이렇게 변한 건 다 내 탓이다. 넌 날 떠나지 않을 거란 내 믿음에 널 내버 려 둔 것이다. 마치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가 잎이 바싹 마른 걸 보 면 그때야 화초에 물을 주는 것처럼……. 난 그렇게 널 고문하고 있었나 보다. 가끔 사람들은 이별하고 나면 이유 없이 크게 앓는 다. 감기도 아니고 몸살에 가까운 증상인데, 아마 ‘이별통’이 아닐 까? 이미 앓았어야 했는데, 참고 있다가 헤어지고 나서야 몰아서 아파 버리는 일. 내가 병균이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