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그렇게 멋 부리기 좋아하는 음악 하던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다, 서울로 올라가서는 음악학원에서 레슨 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방 한 칸을 옷에 다 내주었는데, 놀러 갈 때면 신발도 많아서 난 가끔 신발과 옷을 중고로 사 오곤 했었다. 어느 날 학원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 고서는 음악을 관두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아이를 가지고 나서는 옷 좀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었다. 이건 명품이니 이 건 그냥 못 주겠다며 80% 깎아 줄 테니 돈 주고 사 가라는 둥, 이건 한정판이니 뭐니 하며, 정을 떼기 아쉬웠던지 이런저런 핑계로 보 내지 않으려는 게 역력했다. 아, 그리고 집에 피아노와 기타가 보 이지 않았다. 늘 거실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던 기타와 전자피아노 였는데.
두세 벌만 가져가려던 게 생각보다 많아 차 뒷좌석에 실었다. 옷 을 얻은 김에 저녁을 사겠다고 하니, 어머니가 오신다며 다음에 날 을 잡자고 했다. 배웅을 나온 친구에게 이제 더 음악은 하지 않을 거냐 물었다. 친구는 밝은 모습으로 “난 이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지금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아들인지 딸인지를 잘 키 우는 것,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이제 내 꿈이야! 너도 알잖아 나 할머니가 키워주신 거, 난 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안정적 148 149 이고 싶어”라고 말했다. 너무나 가슴 뛰어 보였고 즐거워 보여서 아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음악을 포기하는 아쉬움 따위는 내 눈으 론 찾을 수 없었다.
그래 꿈이 꼭 일이어야 하나, 꿈이 꼭 직업이어야 하나, 꿈이 꼭 의사, 판사, 검사, 가수나 배우, 이런 것이어야 하나. 집단 체면에 걸린 것도 아니고, 꼭 직업이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정이 생겨 꿈을 포기한 사람들을 안쓰럽게 보는 사람들이 있 다. 난 꿈을 사실 결핍에 의한 집착이라고도 생각한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무언가에 집착하며, 난 잘살고 있다, 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위안 삼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내면엔 애정결 핍이 있을 수도 있고,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갖게 된 성공에 대한 집착, 또는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경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내 친구도 결혼하면서 집착의 원인이 사라져 버렸으니, 더 음악 이란 꿈에 매달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꿈을 꾸는 사람은 배고프지 않다고 한다. 가끔 TV에서 고시원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음악을 하거나,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정말 꿈이 있어 서, 라면 하나 먹으면서도 창문도 없는 좁은 고시원 방안에서도 행 복한 걸까? 아니면 난 꿈이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야 라며, 난 행복 해, 난 행복해, 주문을 외우는 걸까? 어쩌면 무언가에 대한 도피나 집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