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에겐 아주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없으시 다. 늘 홀로 산에 가서 난초를 캐는 것이 취미인데, 그런 아버지도 친구가 없다는 것을 조금은 부끄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약주를 드시면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해, 너무 믿지 말고”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아버지에겐 의류사업을 하던 아 주 친한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 아저씨가 사업을 시작할 적에 아버 지가 발 벗고 나서서 내 일처럼 도와주셨다. 한데 아버지가 어려워 져 도움을 청하자 그 아저씨는 단칼에 외면하셨다. 그 충격에 지금 껏 아버지는 친구를 깊게 사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인생에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 했 다. 하지만 난 그 말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진정한 친구라는 기준 을 정하기도 예매하고, 그 유효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를뿐 더러, 섣불리 ‘넌 내 진정한 친구다’라고 정하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는 줄어든다, 그래서 지금 내 곁에 남아있 는 몇 안 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이 사람마저 떠나 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나치게 잘해주며 살지는 않을까? 인생에 아쉬운 단면은 ‘믿는 만큼 상처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고 모든 사람을 경계하며 사는 것도 문제겠지만…….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일한 친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올 인 하며 힘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주먹을 세게 쥘수록 빠져나가 는 모래를 떠올리며, 조금 힘을 뺀 상태로 사람을 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