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은 부족한 견문에서 생긴다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에 굴전을 잘하는 밥집이 있다. 1년, 365일 굴을 어디서 그렇게 공수해오는지 여름에도 굴전과 굴국밥을 판다. 그 근방에서 6년을 살았기 때문에 집을 구할 때마다 만나는 부동산중개사 사장님과 친해져서, 집을 계약하고 저녁을 함께 먹게 됐다.

굴국밥 두 그릇과 굴전 하나를 주문했는데, 뒤늦게 나온 굴전은 달걀옷을 얇게 입혀서,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겨져 나왔다. 알이 제법 컸고, 큰 대접 가운데에는 잘게 썬 쪽파가 들어있는 간장 종지가 있었다. 하나를 집어 간장에 찍은 다음 한입에 넣으니 뜨거워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더라. 그런 모습에 사장님은 엄마처럼 천

천히 먹으라며 타이르셨다.


나이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나보다 2살 많은 시집간 딸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간 6년을 보아오면서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일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정보력이 좋은 분이시라 부동산 관련한 일을 하는 웬만한 사람들은 그 여자 사장님을 잘 알고 있었다.


문득, 그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졌다.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여쭤보니,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했었는데, 그중에 명품의류를 판매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을 말해주었는데,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어느 날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이 들어왔고, 그중 참 별로라고 생각한 디자인의 한 롱코트가 있었단다. 옷의 색감도 그렇고, 팔은 통이 너무 커서 나풀거리는 것이 촌스럽게 보였는데, 물건을 들이면서 ‘이게 팔리겠어?’라며 가져온 직원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곤. 대충 옷걸이에 걸어 구석에 밀어두고 속으로 ‘저런 옷을 만든 디자이너도 참 감각이 없네, 안 팔리면 반품해야지’ 했단다. 어느 날 한 여자 손님이 들어와서 구석에 밀어둔 그 옷을 골라 입었는데, 그 옷이 주인을 만난듯이 그렇게 잘 어울렸단다. 물론 그 손님도 마음에 든다며 바로 사 갔고.


그때 든 생각이 ‘내가 참 내 위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일면식도 없는 그 디자이너에게 너무 미안했고, ‘여태껏 내가 살아오면서 이런 잘못을 몇 번이나 반복해왔을까’라는 생각에 자신이 부끄러웠단다. 그 저녁 시간에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저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람들은 항상 늘 주관적으로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주관은 고집이 붙어 더 확고해진다. 그래서 남을 함부로 평가하고, 지적하고, 인정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 관계에서도 적용되는데, 그건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가지 행동만 보고 “넌 그런 사람이야”라고 단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어쩌면 옷이 별로라며 구석에 밀어둬 버렸던 그때의 사장님처럼, 지금 나 자신도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듯 자만에 빠져버린 사람은 좋은 인연이 와도 알아보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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