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겨울이 오면 늘 떠오르는 라디오 사연이 있다. 아주 오래전 라디오에서 들었지만, 아직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살던 가족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오랜 지병으로 이제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곧 마음을 준비하라며 집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런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떠날 거야’라고 하셨단다. 가족들은 그 말을 듣고 고민 끝에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우리 겨울인척하자’하고는, 봄이 되어서도 가족들은 외출했다 들어갈 때면 문 앞
에서 겨울옷을 걸치고 들어가서는 능청스레 ‘이제 눈이 올 건가 봐요. 날이 너무 춥네~’라며 연기를 했단다.
그 노력 덕에 할머니는 봄이 지나 가을이 오고 나서야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 라디오 사연이 그 어떤 이별보다 아름다운 이별로 기억에 남아있다.
할머니는 정말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알고서도 모른척하신 걸까?
누군가 내가 떠날 때 이렇게 붙잡아 준다면,
난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지옥의 문도 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