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최근 출판 일을 하는 지인을 만나서 밥을 먹었다. 그는 주로 외서를 번역해서 국내에 출간하는데, 문장 하나 때문에 반나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외서를 번역한다는 것이 그 나라의 정서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해석해 앞뒤 문장을 이어붙이는 일이라, 그 나라와 작가를 잘 알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해서

유명한 작가의 경우 자신을 잘 아는 번역가와 자주 호흡을 맞춘다고 한다.


연애도 그 번역의 일면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알 수 없는 언어들을 주고받지만 결국, 서로에게 유일한 번역가가 되어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예전 어떤 방송에서 노부부를 보았는데, 할머니에게 “다시 태어나도 할아버지와 결혼하시겠어요?”라고 묻자 할머니께서 버럭 화를 내시며 “그럼 다시 결혼해야지! 다른 남자 만나서 처음부터 어떻게 다시 맞춰! 난 못해!”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사랑은 언제나 입안에 단 사탕 같고,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꿈꾸듯 아름다운 일들의 연속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평생 맞춰가는 일’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정말 평생 맞춰가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 양보만 하며 살아야 하는 일로 들리지만,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면 나름 보람된 일이 아닐까? 내 인생 마지막 순간에 내가 평생 번역해온 사람의 손을 잡고, “어떻소. 당신을 번역한 이 책이 마음에 드시오?”라고 묻고 그 돌아오는 대답에 나, 눈을 편히 감을 수 있다면 내 인생 후회는 없을 것이다.


난 누구의 일생을 번역하게 되고

난 누구의 책이 될까?

작가의 이전글저 열매 좀 따줘, 날 좀 책임져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