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열매 좀 따줘, 날 좀 책임져줘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지금은 멸종됐지만 17세기에 ‘도도Dodo bird’라는 새가 있었다고 한다. 덩치는 칠면조만큼 컸고 인도양 ‘모리셔스Mauritius’라는 섬에 살았었는데, 사람들은 그 새들에게 ‘도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도도’라는 말은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는 뜻이다) 그런 이름을 지어준 것에는 따로 이유가 있었다.


이 새는 ‘모리셔스’섬에 살았는데, 그 섬에는 천적도 없고 열매가 주식이다 보니 날아서 도망치거나 사냥할 필요가 없자 날개가 퇴화하고 만 것이다. 그 후 1505년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섬에 들어오면서 새들을 잡아먹고, 배를 타고 들어온 쥐들이 알까지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멸종되고 만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날 만나려면 나에게 모리셔스 섬이 되어줘”라며 ‘도도새’가 될 수도 있고, 또 “난 널 사랑하니까 뭐든 다 해줄게”라며 ‘모리셔스 섬’이 되어 줄 수도 있다. 난 둘 중 누가 더 잘못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후자인 ‘모리셔스 섬’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바른 사랑은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상대를 ‘자만하게’ 또 ‘안일하게’ 만들어 버리고 더 나아가 ‘교만하게’까지 만들어 버린다. 결국, 곁에 붙잡아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건 절대 올바른 사랑이 아니다.


오늘 출근길, 비둘기가 사람들을 보고도 도망을 치지 않고 유유히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며, 이것도 진화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과거 ‘내가 누군가를 병들게 하진 않았을까?’ 또는 ‘난 이미 도도새가 되어 날 책임져줄 또 다른 모리셔스 섬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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