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사람들이 ‘거리를 둔다’고들 하는데,
거리를 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먼저 손 내밀지 않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일까?
내 오랜 고민 끝에 답은,
그저 그 사람에게 걸었던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관계를 맺을 때
득과 실을 따지며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기대를 건다.
내 결핍을 채워줄 대상으로…….
술을 좋아하는 친구와는 술을 마시고,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는 여행을 가듯이
관계란 어느 정도 필요에 따라 이어져 있고
스스로도 상대에게 배역을 정해놓는다.
하지만 상대가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 때
나에게 거리를 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떠한 계기로 인해 술을 멀리할 수도 있고,
여행을 미뤄두고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딱 서른이 되던 해, 201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술을 잠시 끊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몸 관리를 해야 했다.
마음먹고 술을 끊었더니 술 하나 끊었을 뿐인데
술잔을 기울이며 SNS에서 ‘브라더~’라며 친분을
과시했던 사람들 중 낮에 만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즉, 지금의 인간관계는 계산적이지만 필요에 따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고,
몸은 빨리 지치며,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하기
싫기에, 그 시절 그때마다 관심사가 맞는
사람과 잠시 스칠 뿐이다.
단지 이 냉혹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람에게 거는 기대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거리를 둔다’라는 말을
되짚어보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문제의
유일한 답이 아닐까 싶다.
쓰는 중에도 관계는 어렵고 쓸쓸하다.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