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미루는 사람들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요즘 나를 보면 영화나 드라마를 VOD로 결제해놓고는 보지 않

고 미루고 있다. 주말이면 회사 직원들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했던

드라마를 꼭 정주행해야지! 귤이랑 치킨이랑 과자랑 머리맡에 두

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손톱이 노랗게 변할 때까지 계란판

위에 놓아둔 귤을 까먹어야지.

그런 생각으로 금요일까지 버텼는데, 막상 토요일이 되면, 휴대

폰만 만지작거릴 뿐 드라마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불과 4

년 전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 보는 걸 참 즐겼는데, 이제 영화관 예

약을 해놓고도 3시간 단위로 취소하며 미루다 결국, 다음 주에 보

자 하고는 말았다.


왜 사는 게 재미가 없을까?

나는 사는 이유를 무엇에서 찾아야 할까?


가수 ‘故 신해철’은 사람은 태어난 것으로 인간의 사명을 다했

으니,

남은 인생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저 행복하기가 어렵다.

이것이 심각하다면 무엇보다 심각한 일일 텐데.


나 말고 이런 사람이 또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다고.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다 그렇게 산다고.

그럼 이런 삶에 위안이 좀 되려나.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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