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 그 짜릿한 즐거움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적잖게 연애를 해왔기 때문에, 이젠 헤어질 때면 딱히 주변에 말

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아무렇지 않게 직장을 다닌다. 참 애매한

것은 친한 회사 동료에게 헤어졌다고 먼저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

다고 말을 안 하기도 그렇다. 헤어졌다고 말하면 “그래? 왜? 왜? 뭔

일이야”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게 싫고, 또 그렇다고

말을 안 하고 있자니 뭔가 숨기는 것 같아서, 가만히 아무 일 없다

는 듯 직장을 다니는 것이 찜찜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건 시간 싸움이라 어느 순간 “여자친구는 잘 있고?”라

며, 입을 떼는 오지랖 넓은 상사에 의해 들통이 나는데, 그때 나는

“대충 맞지 않아서 헤어졌어요.”라고 하지만 상사는 눈을 동그랗

게 뜨고,

“왜! 바람 핀 거야?” “야 내가 걔 관상이 안 좋다고 했잖아” 또는

옆에서 “어머머 팀장님 헤어지셨어요?”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제 술자리 잡을 핑계 하나 잡아내

게 된다.


날 진심으로 걱정해서 그런 것이라면 그게 고맙긴 하겠지만 정

말 고마운 사람은 ‘더는 묻지 않은 사람들’이다. “인연이 아닌가 보

죠. 물어 뭐해요”라며 슬슬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주

는 사람.


직장생활, 남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마케팅 부서에 김

팀장님은 글쎄 6개월 만에 이혼했대” “대박이네! 왜?” “와이프가

돌싱인 거 숨겼대!” “어머머 대박. 진짜?” 그 이유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뒷담화를 하

며, 그래도 나는 나은 삶이네 하며 타인의 불행으로 내 삶에 위안

을 얻고, 더 나아가 행복감을 얻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같은 부류

였지만, 이제는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맹세한다. 입이 간

질간질해도 더는 묻지 않는다고, 남에게서 검은 행복을 채우지 않

겠다고.


신경끄라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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