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사람을 만나는 건 부동산에서 집 구하기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
다. 짧으면 1년 길면 2년마다 이사를 하는데, 매번 이사할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내 마음에 딱 맞는 집은 없다는 것이다. 주차를 포
기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거나, 방 크기를 포기하거나, 넓
은 방을 선택하려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같은 옵션을 포기해
야 한다. 그 모든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지는 집은 터무니없이 비싸
서, 피곤해하는 중개인을 보채 이리저리 더 다녀본다.
보통은 3~4곳을 보여주곤 하는데, 대여섯 군데까지 보고도 결
정을 못 하면 중개인이 말한다. “고객님, 이 동네 이보다 더 좋은
집은 없어요. 딱 이 정도 선이 기준입니다” 그 말인즉슨, 서초구에
서는 당신이 가진 돈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은 딱 이 정도 수준이
다 더 다녀봐야 다른 바 없다는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 말하
는 거다. 그 일대 집주인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금액을 맞춰
서 내놓는다. 어느 한 곳 시세보다 싸게 내놓는 집은 없다. 이렇게
세상은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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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이면 매년 지인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 그
날 연애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친한 누나가 이런 말을 했다 “야!
가장 좋은 사람은,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만난 사람이야.” 그 말
에 공감한다. 내 가치를 몰라보고 오직 감정에만 올인하던 그때가
나에게도 있었으니까.
나이를 먹으면 내 가치를 너무나 잘 알게 되고, 그만큼 상대방의
표면적 가치도 너무나 잘 알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학벌, 직업,
재력, 외모 등 표면적인 것들로 암묵적으로 등급을 나누고, 평가
하면서 스스로 초라해지거나 자만하게 된다. 어쩌면 당연한지 모
른다. 그런 것을 속물이라 욕하기엔, 갖추지 못한 내 변명일 뿐이
니까. 아직도 그런 눈먼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지만, 2년
마다 부동산 중개인이 상기시켜준다. “고객님, 고객님이 가진 돈
으론 여기가 최선입니다.”라고.
하…….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