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일은 어릴 적 나에겐 늘 있는 일이었

는데, 당시 어린 나의 판단으로도 죽는구나 싶었던 일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어났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 움푹 파인 홈에 바퀴

가 걸려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떨어지며 자전거 핸들에 가슴

을 부딪쳐서, 소리를 치기는커녕 숨도 쉬어지지 않았는데, 다행

히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살았다.


그때. 언덕 아래로 떨어져 넘어져 있을 때, 내가 처한 상황과 달

리 누워서 보게 되는 풍경치고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날은 따뜻한

봄날의 오후였고, 그 햇살을 받들고 있는 민들레들이 손으로 한 뼘

마다 피어있는 민들레밭이었다. 내가 요란스럽게 넘어진 덕에 민

들레 홀씨들이 봄바람에 날린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내 숨이

돌아오고도 그대로 누워 한참을 지켜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생각나는 건, 지금의 삶과 많이 닮았단 생각이 들어서이

다. 난 세상이 괴로운 곳이기 때문에 세상을 원망하며 날 자위했지

만, 사실은 내가 괴로워 세상을 탓하며 살았다. 난 내가 태어난 것

에 의미가 있었으면 했다. 어릴 적 의사의 꿈을 꾸었을 때만 해도

엄마를 비롯해 세상 사람들을 치료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 거로 생

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꿈을 이룬 사람과 꿈을 포기한 사람

둘로 나뉘었고, 난 어떠한 이유에서 후자가 된 케이스가 됐다. 인

제 그만 원망하고 훌훌 털고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다시 달려야 하

는데, 세상을 탓하며 누워있는 일은 왜 이리 편한 것일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막혔던 가슴이 봄바람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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