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합니다. 안심하세요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2015년 3월에 첫 책이 출간되고 ‘작가와의 만남’을 할 때였다. 당

시에 나는 창업을 하다 빚을 져서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 직장을 다

니며 빚을 갚아가고 있던 때였다. 당연히 보증금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신논현역 근처에 아주 작은 고시원에 방을 빌려서 살고 있

었다. 창문은 아주 작았고 그것도 열면 앞에 창이 하나 더 막고 있

어서 조망은커녕 환기도 잘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좁은 침대, 세 걸음 정도 걸을 수 있는 바닥과 신경

쓰이는 천장 환기구의 바람 소리, 더해 방음이라곤 전혀 되지 않

아 옆방에서 통화하는 내용까지 들을 수 있었다. 아무리 내 생각을

바꿔 좋게 생각하려 한들 내 처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그곳을 나와 작가와의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가던

길 미용실에 들러 생에 첫 드라이를 하고, 미리 도착해 대기석에서

객석이 채워지길 기다렸다.


작가의 만남 진행 순서는, 내가 입장하기 전에 미리 섭외한 밴드

가 공연하고 그다음 내가 입장을 하는 순서였다.

대기실에는 나와 그 밴드 두 분이 계셨고, 또 출판사 관계자들이

계셨다. 초조해하는 나에게 밴드의 한 남자분이 오셔서 “혹시 나이

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왔다. (아마 긴장하고 있는 나를 풀어

주려 하였나 보다.)


“아 저는 스물아홉입니다.”

“아 그러세요? 저도 내년에 서른이에요~”

“아 동갑이네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떨리시죠? 저도 처음 공연할 때 정말 많이 떨었거든요. 심

호흡하면 조금 좋아져요.”

“정말요? 전 지금 토하고 싶은데 이게 정상인가요?”

“막상 나가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그렇겠죠? 그래도 초조하네요.”

“그런데 같은 동갑인데 성공하셨네요. 부럽네요.”


그 순간 좋기보다는 놀랐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

럴 수도 있겠다. 자기랑 동갑인 사람이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이 모여있는 곳에서 주인공이라니. 그 모습이 성공한 사람처럼 보

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버겁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빚이 월급 대부분을 가져가고, 그 비좁은 고시원이

내 보금자리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지 않아요. 저는 빚도 있

고, 한 평 고시원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밴드가 먼저 입장해 공연했고, 그 뒤에 주인공인 내가 입

장해 무사히 작가와의 만남을 끝냈다. 그날 꽃다발과 화분, 편지

등등 한아름 선물을 받았다. 끝나고 딱히 갈 곳도 없어 바로 고시

원으로 향했다. 총무가 한껏 꾸미고 꽃다발을 한아름 받고 들어오

는 나를 보고 “생일이세요?”라고 묻는데, “네 오늘 제 생일이에요”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좁은 고시원이 다시 내 처지를 알려주었

다. ‘고작 그래 봤자 여기가 현실이야 이렇게?’ 그 당시 나는 한껏

부정적이었다. 빚과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핑계를 대면

댈 수 있었겠지만.


선물과 꽃다발을 내려놓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혼이 빠

질 정도로 긴장을 했으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싸인이란 걸 해봤

고, 처음 하는 싸인을 한 시간 동안이나 했으니. 손목도 아팠다.

그리고 계속 그 밴드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성공하셨네요. 부

럽네요.” 그날따라 방이 더 좁아 보였다. 어둑어둑하고 침침한 고

시원 방이 ‘꿈깨’라며 재차 내 처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즉 SNS에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모른다. 해서 당신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불행합니다. 안심하세요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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