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는 사람들
“여러분, 여행만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낭만을 가지고 사세요. 청춘이란 원래 아픈 겁니다.” 흥! 콧방귀만 나온 다. 행복의 조건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누군들 계절 스포츠를 즐 기고, 여행을 가고, 가끔 아주 높고 전망 좋은 라운지에서 코스요 리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지 않을까. 난 그런 소리가 꼬일 대로 꼬여 시답잖게 들린다. 시골에서 올라온 나에게 서울이란 곳 은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비용이 있었다. 월세, 전기세, 수도세, 가스요금, 보험, 식비, 통신비, 말 그대로 최소 생활비만 얼추 80 만 원이 넘어간다. 그 돈을 5개월만 모았어도 여행은 갔겠지. 서울 에서 태어난 것이 스펙이란 말에 동의한다.
3년 전 친구의 성화에 ‘그래 나도 한번은 유럽여행’을 가보자 했 다. 일단 비행기 푯값만 생각했었는데, 숙소와 식비에 차비까지 계산해서 넣으니 얼추 내 두 달 월급이 아닌가. 친구에겐 미안하 지만, 여행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 했지만, 나에겐 정말 돈만의 문제였 다.
누가 선뜻 두 달 월급을 낭만과 교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돈이 면 엄마 ‘임플란트’부터 해드리는 것이 나에겐 더 큰 행복이다. 그 까짓 낭만?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내가 허락하지도 않는다. 걱 정 가득한 휴식이 과연 쉼이 될 수 있을까?
지금도 만 원짜리 한 장을 쓰는 것에 고민하는 청춘들이 있다. 함부로 행복의 조건에 여행을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TV 속, 강단에 서서 “저는 20개국을 여행하면서 인생과 행복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지도 밖으로 행군하세 요!”라고 말하던 사람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나. 가끔은 우리 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긴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같은 세상에 태어났지만, 세상은 누군가에겐 집을 주고, 누 군가에겐 금을 주고, 나에게는 그저 너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며, 나의 투정조차 사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계속해서 아직 그렇게밖에 못 사는 것은 나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내 의지와 과정을 탓한다. 알고 보면 난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데, 그 저 단지 좀 쉬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