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아들의 늦어버린 복수

거리를 두는 사람들

by 손씨

엄마의 갱년기를 무시했다. 내 사춘기를 무시했기 때문에. 나이 를 먹을수록 부모님은 약해져 가고 나에게 의지하려는 것이 보인 다. 그때마다 기대어 줄 수 있는 자식이 되어 주기보다는, 한걸음 물러났던 나이다. 아직 내게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 적으로도 의지가 되어 드리고 싶지 않았다. 나에겐 사춘기가 없었 다. 그 이유는 내가 사춘기를 겪는 것을 부모님은 허락하지 않았 다. 엄마에겐 누나 한 명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난 그저 가성비 좋 은 아들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어른스러운 아들이었지만, 커서 정말 어른 이 되니 아이답게 살아보지 못한 어린 시절이 얼마나 원망스럽던 지. 어른이 좋은 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 빨리 날 어른을 만들지 못 해서 안달이었는지.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나이를 먹고 갱년기가 왔나 봐. 갑자기 열이 나고 몸이 안 좋다.” 난 조금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러니까 아프면 병원 좀 가보라니까”라며 아무리 말해도 병원에 가지 않는 엄마의 탓으로 돌려 버렸다. 엄마가 내 사춘기를 허락하지 않았듯 이, 나 또한 엄마의 갱년기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상처를 준 사람은 모른다. 어떠한 행동에 내가 상처를 받았는지, 내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그 밝던 아들이 왜 이렇게 어두워졌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고하자면, “너라도 효도해라.” “너 때문 에 힘들게 버티고 사는 거다.”라고 했던 말이 나를 어둡게 만들었 다는 사실을.


자식들은 늦게 깨닫는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이상형으로 두게 될 때

뒤늦게 부모를 원망하게 되는데,

그땐 이미 때늦은 어른이 되어버린 후다.





도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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