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메시지
2014년 8월 12일 일기에 덧붙여
2014년 8월 12일에 나는 이런 일기를 썼다.
싸이월드,
내 20대의 기억들이 담겨 있는 곳.
어느새 잊혀진 곳.
최근 지인들 말이,
싸이월드 어플을 받았더니 과거의 '오늘' 내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사진을 올렸는지 띵똥 하면서 알려주더란다.
호기심에 어플을 받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들어가본 내 미니홈피엔 메시지가 하나 남겨져 있었다.
발신자, 비타민군.
내 남편.
산이가 태어난 지 2주가 된 어느날에 남겨둔 메시지.
7개월만에 수신 완료.
최대한 담백하게 풀어낸 일기였으나
아마도 저 메시지를 읽고 나는 꽤 울컥했던 걸로 기억한다. 8개월이 된 아기랑은 제법 친해졌고 엄마가 된 내 모습에도 많이 익숙해졌지만 손목이 아프고, 위염이 재발하고, 온몸이 나 좀 쉬게 해달라고 아우성 치던 때였다. 주말에만 오는 남편은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게 보였지만 어느 순간 슬금슬금 억울함이 밀려오던 때였지 싶다. '왜 나만'의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병이 온다.
하나였던 너와 내가 만나 둘이 되고
어느 순간 우리는 셋이 되었다.
출산휴가를 받아서 신생아를 함께 돌보던 시기, 잠시 짬을 내 적은 짦은 글
7개월만에 수신된 메시지 속에는
행복, 감사, 사랑을 이야기하는 남편이 있었다.
메시지를 읽고 생각이 꼬리물기 하다 어떤 결론에 이르렀다.
'나만'이 아니고 '너도' 아빠되기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행복함을 지켜내기 위해 매일을 쉼없이 달리고, 나머지 시간도 오롯이 아내와 아들을 위해 갈아 넣고 있다는 걸.
내 마음의 복잡함은 당신에게 풀어내버리면 그만이지만 당신은 스펀지를처럼 전부 흡수만 하고 있었다는 걸.
남편은 그런 사람이라는 결론.
긴 세월 한결같이 내 곁에 있는 사람.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있어도 좋은 사람.
그래서 종종 그 묵직한 존재감을 잊어버리게 하는 사람. 그렇지만 내 인생에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다. 남편은.
오로지 아이 생각으로 점철된 8개월을 보내며 '내 사랑 남편'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남편에겐 아빠로서 역할만 강요했던 참이었다. 새로 생긴 역할에 익숙해지라고, 주말에만 보는 아빠니까 더 노력하라고, 알게 모르게 압박했다. 아빠와 공동약육자 역할 외에 어떤 역할로도 살 수 없도록 경계했다.
"내가 없어지는 기분"을 나만 느낀다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편도 자기가 없어졌겠다 싶었다.
이 모든 이해는 맥락 없이 던져진 진심어린 메시지 하나에서 시작했다. 7개월 늦게 읽은 감사 메시지 하나로 나홀로 육아의 억울함을 가뿐하게 상쇄시켰다.
이말인즉슨,
가정의 화목, 부부 관계의 개선은
"표현"에서 시작된다는 거다.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고,
말이 어려우면 글이라도 끼적여 전하면 되는 거다.
아이를 곁에 두고 감정적으로 싸울 필요 없다는 걸 초보 부모 시절에 깨달았다. 다행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