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8일

그날의 일기

by 삭정이

괜찮아 - 한강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괞찮아.

이제

괜찮아.



두 달이 되었을 때,

한강의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아기는 저녁마다 울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울었다.

정말이지 딱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안고 온 집안을 걷는 일뿐

걷고 걷고 앉았다 일어났다...해가 지는 게 두려웠다.

답답하고 무섭고 짜증이 났던 나는 계속 왜그러냐고 물었다.

아이에게도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 아이 왜이러냐고.

아이에게 필요한 건 괜찮다는 엄마의 다독임이었을 텐데, 난 조그만 아이를 번번이 채근하고 말았다.



2개월 아기의 성장통을 지나며 "괜찮아"보다 "왜 그래"를 따져 물은 나를 반성다.

이젠, 그저 보듬어, 괜찮다고 엄마 여기 있다고 말해 리라.

그리고 나의 모든 당신에게도 그리 해야함을, 우는 아이를 들여다 보듯, 그저 괜찮다고 다독여 줄 수있어야 함을, 새삼 깨는다.




엄마 이력 두 달을 지나던 그즈음

아기를 키우는 일은 곧 나를 수련하는 일임을 알았다. 마음을 돌보는 일이 아이를 잘 키우는 길이라는 걸 막연히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가족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