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필수교양?

과정의 미학 프랑스자수를 배우세요.

by 삭정이


수를 다 놓은 결과물은 아름답다.

액자로 만들어 작품처럼 귀하게 걸어두든,

갖가지 소품으로 완성해 일상에서 휘뚜루마뚜루 사용하든,

그곳에 존재하는 자수는 빛이 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수놓는 과정
수놓고 있는 바로 그 시간이다.
손을 한땀한땀 채워가는 과정 자체가 아름답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도안을 그리고 어울릴 만한 색실을 고르고
적재적소에 알맞은 스티치를 채워넣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주체적으로 행해지는 이 과정에서 내가 단단해진다.

이후 이어지는 몰입의 경험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작업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호기심이 연마되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에선 몰입을 경험할 때 기쁨, 즐거움, 행복을 느끼며,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정확한 목표와 결과가 있을 때 몰입이 이루어진다고.

이것이 몰입의 조건이라면 손으로 실과 바늘을 쥐는 행위(그것이 프랑스자수든, 퀼트든, 뜨개질이든)는 몰입의 정수를 맛보게 한다.


구상부터 결과물을 향하기까지 채워지는 한땀한땀의 시간은 "몰입활동으로 가득찬 삶"을 만들어주고, "수동적 오락에만 몰두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에 가치롭다.





모든 것이 빠르고, 자극적인 디지털이 눈과 귀를 잠식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느리디 느린, 그야말로 아날로그적인 행위인 실과 바늘을 쥐어보자. 놀랍게도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바늘 끝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경험으로 삶을 채우다 보면 보잘 것 없다 생각했던 하루도 꽤 알차게 느껴지고, 허투루 넘겨보았던 주변의 장면들이 궁금해진다. 내 눈에 담기는 모든 건 내 작품의 재료가 된다는 생각으로 길을 걸으면 절로 내 눈은 반짝거린다.


백세 시대에 필요한 건 "호기심"이라고 한다. 세상에 궁금한 게 없어지는 순간 "정말" 늙어버린다.


"이 꽃도 자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어떤 스티치를 넣어야 더 자연스러울까?"

"이 색이 좋을까? 저 색이 좋을까?"

(유튜브를 뒤지며) "어떻게 기법은 계속 새로 나오는걸까? 저건 어떻게 만들지?"

(쇼핑몰을 구경하며) "이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는거지? 좀 더 편리한가?"


궁금한 것도, 하고싶은 것도, 사고싶은 것도 많아지는 자수쟁이(즐기는 모든 이들을 이렇게 칭하자)의 삶

눈은 침침하고 얼굴에 주름은 늘었지만, 사실 늙을 새가 없다.

심심하지 않은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만하면 즐겁게 나이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를 놓아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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