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지연
2.
다음 날, 보육원으로 입소하는 절차를 검색해 보았다. 입소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 후견인 또는 보호자가 관할 시군구청의 행정복지센터에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면 여명은 완전히 나의 손을 떠나게 된다. 행정기관에서 알아서 아이를 시설에 배치해 주니까 내가 직접 시설을 알아볼 필요도 없다. 부모가 없는 아이이니 아마 1순위로 입소하게 될 거다. 여명이 보육원에 들어가면 다시는 볼 일도 없겠지. 이 모든 일이 하나의 거대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인생이 인간을 향해 비웃으며 하는 농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을 구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선한 마음은, 양심은 그렇게 헛된 거란다. 나는 그 농담 앞에 쓴웃음을 지었다.
여명은 며칠째 서윤의 눈치만 살폈다. 용기 있게 바로 사과할 줄 알았더니 책임의 무게가 생각보다 많이 무거운가 보다. 어차피 시설로 가면 이 모든 일이 무효가 될 텐데, 빨리 하는 게 마음 편할 텐데. 이건 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어차피 여명을 시설로 보낼 거면 나는 왜 늦추고 있는 걸까. 착한 사람인 척이라도 하고 싶어서? 아니면 그냥 비겁해서?
끝없는 유예는 집 안에 길고 긴 정적을 남겼고, 그 정적 안에서 여명과 서윤, 그리고 나는 눈에 띄게 시들어갔다.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할 때라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다음 날 오후에 출판사 편집자와 미팅을 하기 전, 행정복지센터에 들러서 입소를 의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평일 오후 행정복지센터는 각종 민원인들로 붐볐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용건만 말하는 건조한 목소리들과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이 울렸다. 사람의 온기가 묻어나지 않는 쌀쌀한 그 공간에서 왠지 모르게 위축됐다.
“31번님 1번 창구로 오세요.”
두 손을 꼭 쥐고 1번 창구로 갔다.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권태로운 표정으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는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보육원 입소에 대해 문의하고 싶은데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남자가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아, 보육원 입소 의뢰하시는 건가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의 목소리는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어렵게 말을 꺼낸 나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능숙하게 타자를 치고 클릭을 하더니 나에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앞의 테이블에서 이것 좀 작성해 주세요. 작성하고 다시 가져오시면 됩니다.”
딩동. 다음 민원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서류를 작성하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서류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신청인 정보, 아동 정보, 보호자와 아동의 가정 상황, 입소 이유, 신청인의 서명 및 날짜. 이 항목들만 채우면 여명은 아마 보호소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가방에서 여명의 주민등록등본을 꺼냈다. 여명을 데려온 다음 날, 위탁 보호 동의서를 쓸 때 받은 것이었다. 주민등록등본에 적힌 익숙하지 않은 숫자들을 보고 여명이 가족이 아님을 실감했다. 혹여나 숫자를 틀리게 적을까 한껏 집중해서 여명의 정보를 기입했다. 서류에 적힌 말은 명료하고 단출했다-부모 사망, 임시 보호자의 경제력 문제, 정서적 불안정 등. 이런 말들로 과연 여명과 그 아이를 둘러싼 상황을 모두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누락된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어떤 말을 더 써야 할지 펜을 쥐고 고민했다. 어쩜 마지막까지 이렇게 어설플 수 있는지,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았다. 멀리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라도 포기할 수 있어. 그냥 나가면 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네가 데리고 온 아이잖아. 이렇게 버리는 거야? 그 애는 너에게까지 버림받으면 이제 어떻게 살아?’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1번 창구에서 나를 부르는 신호음이 들렸다.
“서류 작성해 오셨어요?”
나는 서류를 꼭 쥐었다. 손이 제멋대로 떨려왔다.
“네, 여기요.”
직원은 떨리는 내 손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서류를 가져갔다. 그는 서류를 한 번 훑어보고는 무심하게 물었다.
“부모님 사망이면 우선순위로 시설에 배정되겠네요. 이대로 접수 진행해 드릴까요?”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렸다.
‘철회해. 마지막 기회야.’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네, 접수해 주세요.”
직원은 알겠다고 답하고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직원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무책임한 겁쟁이인 나를 향해 욕하고 저주를 퍼붓는 목소리만 메아리쳤다.
*
여명에게는 뭐라 말하지.
그보다 나는 왜 이렇게 슬프지.
네 주제에 아이를 연민이라도 하는 거니.
이건 기만 아닌가.
그때부터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날을 보냈다. 숨 쉬듯 자기혐오가 밀려왔다. 꼭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괴리감이 느껴져 동화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3일쯤 지났을까 점심을 먹고 설거지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지역 번호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였다. 스팸 전화일 것 같아 무시하려다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행정복지센터 아동복지팀입니다. 김지연님 맞으신가요?”
“네, 무슨 일인가요?”
나는 여명에게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낮추며 비어있는 서윤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다름이 아니라 여명이 시설 입소가 확정되었어요. 가정으로 방문해서 여명이도 만나보고 앞으로 입소 절차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해요. 방문 이후에 여명이는 보호소에서 3일 머무르다 시설에 입소하게 됩니다. 이번 주 안으로 방문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신가요?”
“이번 주요?”
가슴이 벌렁거렸다. 여명에게 상황을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아직 아이와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아서…… 죄송하지만 다음 주에 방문하실 수 있나요? 다음 주쯤 제가 다시 전화할게요.”
“아 그러신가요? 그럼 다음 주에 지금 전화 건 이 번호로 다시 연락 주세요. 방문이 너무 늦어지면 시설 측에서도 곤란해져서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쯤에는 꼭 다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담당자의 재촉에 대답을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소파에 웅크린 채, 삶의 모든 의욕을 놓아 버렸다. 글쓰기 교실이 있는 날이 아니면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았다. 한없이 연약한 속살을 바깥에 내비치는 것 같아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설거지 거리도, 빨랫감도 끝없이 쌓였다. 여명이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여명은 안방에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고, 안방에서 나오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관찰했다.
방학 중 글쓰기 교실과 출판사 미팅이 겹친 날은 일을 잘 해내기보다 안간힘을 써 그저 버티는 데 집중했다. 출판사 미팅을 하던 중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슬쩍 보자 지역 번호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떠 있었다. 전화를 받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진동을 무음으로 바꾸고 전화를 무시했다. 부재중 전화 3건이 화면에 표시되었다. 그 표시를 보자마자 휴대폰을 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며 시야가 흐려지고, 편집자의 말이 뭉툭하게 변해 귀에서 웅웅거렸다.
다음날 점심쯤, 도서관에 간다고 나간 서윤에게서 문자가 왔다.
- 엄마 잠깐 나올 수 있어?
이 아이는 내 상태를 두 눈으로 빤히 봤을 텐데 밖에서 나돌다 꼭 본인이 필요할 때만 연락한다. 저도 답답한 마음을 속으로 삭이느라 고생이겠지,라고 생각해 보려 노력했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짧게 답했다.
- 왜?
서윤에게 곧장 답장이 왔다.
- 할 말 있어. 여명이 몰래 잠깐만 나오면 안 돼?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급하게 부르는지, 그저 피로하고 귀찮았다. 하지만 딸이란 존재 앞에서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슬리퍼에 대충 발을 밀어 넣고 현관문을 열자 전화벨이 울렸다. 불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역시나, 지역 번호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어 결국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행정복지센터 아동복지팀입니다. 김지연님 휴대폰 맞으신가요?”
나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전화를 받자마자 변명했다.
“네 맞아요. 어제는 제가 너무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네요.”
“네? 저희는 어제 건 적이 없는데요, 다른 전화랑 헷갈리셨나 봐요.”
어제는 스팸전화였나, 그런데 세 번이나 올 정도면 중요한 전화였을까 생각하던 중 직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 주에는 저희 팀에서 방문을 해야 하거든요.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내일 방문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일 어떠신가요?”
이제는 더 미룰 수가 없었다.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내일 오후로 약속을 잡았다. 어쩌면 이렇게 빨리 끝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수 있다고 되뇌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기에 그 변명은 너무 궁색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서윤이 일 층 현관에 서있었다.
“엄마, 지난번 그 카페로 갈까?”
서윤이 내 기색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얄밉게 들렸을까. 네가 지금 나한테 어떤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 아냐고 윽박지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