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tunately....
어떡해... 여보! 제발 죽지 말고 살아만 있어 줘요.. 제발.....
캄캄하고 고요한 밤. 내 머릿속엔 닥친 사건들이 뒤엉켜 메아리쳤다.
아들의 소식을 들은 시어머님의 비명소리. 핸드폰 속 사위의 모습을 본 엄마의 경직된 외마디. 아빠의 한없이 굳은 표정... 의식을 잃어가던 남편의 마지막 모습... 시각과 청각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까맣게 어둡고 적막한 새벽이라 그런 게 아니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심장이 쪼여오는 듯한 고통으로 핸드폰을 계속 바라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긴 한 걸까?
'태양아(태명), 미안해. 놀랬지? 미안해... 아빠 위해 기도하자...' 긴장으로 딱딱해진 배를 매만지며 뱃속아이를 위로해 보지만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갔다.
2020년 9월 8일 새벽 1시 50분.
드디어 핸드폰 쪽에서 불빛이 비췄다. 밀라노 병원 담당의사가 보낸 문자였다.
모든 시술이 잘 끝났고, 안정을 되찾았다고.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의식이 돌아왔대요!"
"됐다. 됐어... 괜찮아." 안도의 깊은 한숨이 그날 밤 새까만 어둠을 모두 밀어낼 듯 뿜어져 나왔다.
당시 남편은 40대 초반이었다. 농구를 좋아하고 각종 스포츠에 능했던 건강한 남편. 몸이 악기인 성악가였기에 술, 담배는 당연히 안 했고, 자기 관리에 열심이었다. 서로 떨어져 있던 5개월 동안에도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영양가 높은 현미밥을 먹으라고 오히려 날 챙겼던 사람이었다. 요리를 잘했던 남편은 시장에서 사 온 싱싱한 채소들로 건강식을 해 먹으며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었다.
STROKE.
그런데... 남편에게 급성 뇌경색이 온 것이었다.
매일 영상통화, 보이스통화를 했었다. 쓰러지기 며칠 전엔 친구와 산에도 다녀왔다며 사진과 동영상들을 잔뜩 보내왔었다. 전조증상? 이상증상? 전혀 느끼지 못했다.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고혈압? 혈압은 오히려 내가 더 높았다. 도저히 남편이 쓰러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얼마 뒤 남편 담당의사로부터 다시 메시지가 왔다.
unfortunately......
Lee can't speak and move right limbs.
unfortunately.... 남편은 뇌졸중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