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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Mar 09. 2024

러시아의 스위스, 로자 후토르를 소개합니다!

러시아/소치ㅣ살아가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나다.

사람은 저마다 잊지 못할 순간, 그리고 잊지 않고 싶은 행복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같은 일상에 지치고 권태로워질 때, 그런 순간은 더더욱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이번 소치 여행 때 만난 로자 후토르에서의 설경이 바로 그러했다.


소치, 로자 후토르에서 만난 순간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절대 그렇게 흐려지게 두고 싶지 않은, 내 인생에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 속 그림이 되어줄 순간들이었다.


전날 호텔에 도착했을 땐 어둠 속이었던지라 몰랐는데, 아침에 해가 밝았을 때 창밖으로 보인 설산과의 첫 만남은 가히 충격적이었는데..!

산 위에 산이 있고, 그 산이 눈으로 된 모자를 덮어쓴 것처럼, 눈들이 송이송이 덮어둔 설산이 마음을 몽글하게 만들어주었다.



로자 후토르는 왜 로자 후토르인가


먼저, '로자 후토르'에 대한 간략히 알아보고 시작해 보자!


'로자 후토르'는 소치에 있는 지역으로, 러시아의 스위스라고 일컬어질 만큼 설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로자 후토르는 Esto-Sadok이라는 지역에 있다.

Esto-Sadok에 대한 깨알 정보!
1861년 러시아 농노제가 폐지되면서 수많은 농민이 자유를 얻고 살 곳을 찾아 헤매었는데, 그중 에스토니아에 살던 농민들도 당연히 있었다. 에스토니아인 중 일부는 칼미키야 지역, 볼가 등 등지에 정착했고, 일부는 바로 이곳, 소치에 정착했다. 그들이 정착하고 이곳을 부유하게 키우며 이곳은 코카서스 일대 가장 발전된 곳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단다. 소련 이후에도 이곳은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농장(칼호즈) 중 하나로 남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에 식량을 공급하는 주요 지역이었다.

바로 이 Esto-Sadok에 살던 Roosa라는 농부가 있었는데, 기록에 그에 대해 크게 남아있는 건 없지만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이 이 지역 일대를 Roosa Farm(로자 후토르의 ‘후토르’가 촌락, 농장이란 뜻이다) 라 계속 부르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로자’가 장미와 연결돼 있는 건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ㅎ)




그리고 도착한 로자 후토르!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는 차량이 로자 후토르까지 데려다주었다.


같이 타고 갔던 부부는 블라디보스토크 위에 있는 '블라고베셴스크'에서 소치로 여행 왔다고 했다. 우릴 숙소에서 로자 후토르로 데려다주는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이렇게 동화 같은 곳에서 사는 게 참 부러워요~" 라며 행복해했다.


두 손 꼭 잡고 함께 여행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는 따뜻한 사람들도 여행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로자 후토르에 내려서 뒤돌아본 풍경!

옆에는 산에서 한점 오염 없이 흘러내려온 듯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뒤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내가 사진으로만 보던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게 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설산!

'와, 내가 이런 곳에 와있다니.' 싶었다.




숙소에서 같이 출발한 부부가 '당신은 스키 안 타시나요?'라고 물었는데,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이곳으로 스키를 타러 오는 듯했다.


로자 후토르에서 쉽게 스키 장비도 대여할 수 있었다.

가격표와 스키 장비를 빌리는 사람들


혼자 갔기에 스키 타기엔 살짝 겁도 나고, 일정이 짧아서 이번엔 살포시 건너뛰고, 로자 픽 정상까지 올라가 구경만 하기로 했다. 창구에서 '정상까지 가는 티켓+러시아 전시회' 세트 2,950 루블짜리 티켓을 샀다. 며칠 동안 머무는 사람들을 위해 1~7일권을 팔기도 했다.


(좌) 티켓 가격 (우) 오픈시간
로자 후토르 맵! Олимпия-Заповедный лес-Кавказкий экспресс 세번의 케이블카를 타고 로자 픽(정상)으로 간다

투어 안내 스폿에서 로자 후토르 맵도 얻었다. 맨 오른쪽 지점에서 오늘의 정상 지점, 로자픽(2320미터)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루트가 보인다.


위에 올라가면 먹을 게 없으려나 싶어서 브쿠스나 이 또치카(맥도널드 짝퉁)에서 샌드위치롤을 빠르게 해치웠다. (하지만 올라가니 먹을 게 많아서 올라가서 또 먹긴 했다. ㅎ)



올림피아에서 첫 번째 케이블을 탄다!

생각보다 케이블카가 최신식이라 놀랐다. 2010년 12월에 만들어졌다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 내렸다.

그리고 만난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설산의 한가운데에서, 구름 낀 설산이 발치에 보이는 곳.


그냥 자연만 멋있었다면 큰 감흥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리조트도 잘 형성되어 있었고 잘 가꾸어진 느낌이었다. 자연과 문명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듯하였다.



여기서 놓칠 수 없는 레크리에이션 하나!!  


바로 썰매 루지, “로델반”이다. 1 사람 당 한 바퀴에 1,750 루블(3만 원)이었는데, 돈값했다.


루지는 1명씩 타는 거고, 아이와 함께 탈 수도 있다.


루지에는 액션캠도 달려있어서, 끝나고 타는 동안의 영상도 받아볼 수 있다. 중간에 숨어서 사진 찍어주는 분도 계셔서 나중에 영상과 함께 사진도 900 루블에 받아볼 수 있다.



옆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탈 수 있는데 내리막길에서 스피드를 즐기며, 스키를 못 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속 시원하게 설산을 가르 지르며 맑은 공기를 쐬니 그간의 묵은 스트레스가 함께 날아가는 듯하다.




로델반을 즐기고, 다음 포인트로 올라가려니, 올라가는 케이블 앞 줄이 너무 길어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한다.

와인과 크림소스 홍합을 먹었는데 몸을 녹이기에도 딱 좋았고, 허기를 달리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2번째에서 3번째 케이블카로 갈아타는 때엔 스키 타는 사람들 말곤 별 다르게 구경할 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케이블카 구간인 Заповедный лес (직역하면 채벌금지된 숲)을 지나, 다시 한번  Кавказкий экспресс (카프카즈 익스프레스) 케이블카 구간을 타고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만난 오늘의 하이라이트


로자 픽!

백문이 불여일견.

실제 풍경을 못 담겠지만, 사진으로나마 소개해본다.

해발 2320미터, 우리 남한에서 갈 수 있는 최고봉 한라산 1915미터보다 더 높은 곳이다. 이런 광경을 만나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산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구름이 내 발아래 있고, 맑은 날씨 덕에 저 먼발치 설산도 훤히 보인다. 더욱이, 해가 지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서 소치의 아름다운 일몰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자니, 더없이 경건해진다. 아름다운 절경을 눈에, 마음에 가득 담는다.


담아낸 이 기억으로 2024년, 더욱 힘을 내보자, 다짐해 본다. 이런 조각조각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들로 앞으로의 날들을 이겨낼 힘을 얻나 보다.




로자 픽에서 17시가 되니 이제 내려가야 한다고 가이드들이 안내를 했다. 어두워지면 위험하니 얼른 하산시키나 보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내려가야 하다 보니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는데 줄이 제법 길었다.


한 가족과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가족 중 아버지는 내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았는데, 그러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아내는 독일인으로, 딸은 이중국적이나 아들 국적이 러시아 밖에 없었다고 했다. (엄마가 독일인인데도 그럴 수가 있나 보다.)  전쟁이 터져 독일-러시아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들어져서,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돈을 잘 벌 수 있는 러시아로 온 가족이 이사를 왔다고 한다.


새삼, 전쟁이 참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구나, 이곳 소치에서도 느껴졌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O’hara라는 펍에서 맥주 한잔을 즐기고 숙소로 왔다.



다음 날, 숙소 근처에 있는 Surf Coffee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온전히 채운 소치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완벽했다.


그렇게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비행기.

비행기 안에서 보는 풍경마저 아름다워 이 여행의 끝을 더욱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여행이 가진 힘은 어마어마하다.

다시 살아갈 힘을 가득 충전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소치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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