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생활의 이모저모ㅣ가족과 효도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제일 아프단 말이 있다. 그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주재원도, 다를 바 없이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프다. '가족'이라는 게 늘 내 곁에 있는 듯하고 때로는 가장 뒷전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마음껏 효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의 아쉬움을 주재원이 되어 이역만리에 떨어져 살게 되고서야 실감하고 있다.
가족과 효도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서 나는 정규직 입사 전, 인턴으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같은 팀 언니는 우리 회사 업무도 잘하고, 즐기는 듯하여서 내가 봐도 '저 언니는 이 회사 들어오면 참 좋겠다.' 싶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 언니는 한사코 우리 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하기는 싫다고 하였는데, 유일한 이유는 주재원 생활을 해야 하고 그러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시 어린 나로서는 가족은 가족이고,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지! (라고 다소 철없이..!) 생각을 했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마음 아픈 순간들이 참 많았다.
내가 해외에 나오고 나서는 철부지 막냉이 었던 내 동생이 장녀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해내고 있는데, 물리적으로 몸이 여기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저 꼬맹이로 보이던 동생에게 참 신세를 많이 지게 된다.
내가 멀리서 할 수 있는 것은 동생에게 열심히 입금하는 것인데, 혼자 선물 사러 다니고 케이크 사고 하는 것이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 정도 별거 아니지, 동생이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막상 할 수 없게 되니 그 아쉬운 마음이 매우 큰 것이었다. 괜스레 동생에게도 홀로 효도를 하게 맡겨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부모님을 곁에서 축하해드리지 못하는 것, 또 내가 슬픈 일이 있을 때 부모님이 느끼시고 마음 아파하시지만 '나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드리지 못해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부모님과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게 참 소소해 보이지만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었다.
하루는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늘 강해보이기만 하던 아버지가 '어제는 퇴근길에 네가 보고 싶어서 울컥했다'라고 하시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그 말은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전화라도 자주 해야지, 하지만 퇴근하고 오면 한국은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 평일에는 전화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요즘 하기 시작한 것은 자기 전에 오늘 나에게 있었던 일, 내가 느낀 기분을 아주 짧게나마 가족 단톡방에 올리곤 하는데, 한국은 새벽일 텐데 알람을 켜두신 어머니는 내 메시지에 잠을 깨서 답을 해주곤 하신다.
이럴 때면, 참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이 먼 타국에서 나, 참으로 고생한다 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산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카톡이나 영상통화가 있는 지금도 뭔가 모를 헛헛함이 있는데, 그전엔 어땠을까?
가장 사랑하는 만큼 가장 아픈, 가장 가까운데 멀리 지내야 하니만큼 사실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것’이 어찌 보면 주재원으로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늘의 수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