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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08. 2023

나의 한 가지 역할에만 매몰되지 말 것

“직장인”이라는 역할에만 파묻히지 않도록 조심!

솨아솨아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2023년 모스크바의 여름은 “혹시 여름이 이미.. 지나간 건가?” 싶을 정도로 서늘한데, 한 번씩은 장대비가 쏟아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쑤신 데가 많고 괜히 온갖 관절이 다 아픈 느낌이었다. 날씨 탓인가? 하면서, 오랜만에 뭉친 몸을 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퇴근 후 요가’를 검색해 틀어두고서 창문을 열었다.


차분한 요가 유튜버의 멘트, 그리고 음악소리와 더불어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오늘 하루, 참 고단한 일도 많았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야근을 하면서는 몸도 마음도 영 찌뿌둥 했는데, 집에 와 이렇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니 몸이 사악 풀리는 기분이었다.


일 하러 이곳에 나왔다는 생각과 더불어, 해외에 나와 좁은 나의 사회에서 아등바등 살다 보면 “직장인”으로서의 내 역할에만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매몰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인 나를 잊고 몸과 마음을 내버려 두기 십상인데 나 역시 그 과정에 있는 듯하다.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집에 와 보상이랍시고 맥주 한 캔 후 스트레칭도 없이 잠들곤 했다.


일 하고 오면 몸과 마음이 지치니,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증발해 버리는 기분이다.


그러니 뭐든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 아닐까? 뭐든 적당히 해야, 다른 것을 할 힘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나는 “직장인“의 역할을 맡고도 있지만, “딸“으로서의 역할도 있고, 그냥 ”오롯이 나“인 역할도 있다. 직장인으로 이곳에 나오긴 했지만 나를 돌보지 않으면 그 어떤 나도 있을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하는데, 한 역할에만 매몰되다 보니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나도, 나 그 자체로의 나의 모습도 잊곤 하고 경시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여러 역할을 나 스스로가 고루 돌보아, 모든 걸 건강히 균형 있게 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오히려 직장인으로서 더욱 건강한 생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며, 마음 편안한 저녁에 이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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