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처럼 안 살 거야.
딸은 자식을 낳아야 철이 든데.
어릴 적, 마트를 가도
늘 아빠랑 자식들이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사던 엄마.
어릴 적, 쇼핑을 가도
늘 아빠랑 자식들 옷 사기 바빴던 엄마.
"난 나중에 사면된다."
도대체 그 나중은 언제야?
출산 전에 늘 결심했던 말이 있었다.
"무조건 내가 1순위."
출산 후에는 결심에 말이 덧 붙었다.
"무조건 내가 '뒤에서' 1순위."
항상 자신을 뒷전에 두던 엄마가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었다.
어차피 가족들 반찬 본인이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거, 먹고 싶은 거 사도 되지 않나?
하지만 엄마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국 내려놓는다.
쇼핑을 가도 마음에 들면 사도 되는 걸.
대보고, 또 고민하다 결국 내려놓는다.
'당장 필요한 거 아니니깐.'
'입고 갈 데도 없는데 뭐. 나중에 급할 때 사면된다.'
미리 사서 급할 때 입으라고 옷을 사는 게 아닌가?
당시의 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난 절대 엄마처럼 안 살아야지.
남편이든, 자식이든.
무조건 내가 먼저여야지.
다짐한 나는...
자식을 낳고 나서야, 그때의 엄마가 이해되었다.
장을 볼 때면, 남편이 이걸 먹냐? 안 먹냐를 먼저 고려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같이 먹으면 좋으니깐.
입맛이 달라 난 좋아하지만, 남편이 불호라면 고민하다 결국 사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먹지 않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면 묻지도 않고 샀다.
쇼핑을 가도 내 것이 아닌, 아이의 옷이 먼저 들어오고 다음에 남편의 옷이 눈에 띄었다.
내 옷에는 눈길도 안 간다.
어차피 입고 나갈 데도 없는데...
급한 것도 아닌데.
과거 엄마의 말을 내가 하고 있었다.
바깥일하는 남편, 집에 마누라도 있는데 밖에서 후줄근하게 다니는 게 싫어 옷을 샀다.
정작 나는 집에서 잠옷과 늘어난 티셔츠로 연명해도 남편만은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 만족했다.
집에만 있는 아기여도 아기는 예쁘게 입혔다. 갑자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늘 준비태세랄까.
만족했고, 괜찮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결국, 괜찮지 않나 보다.
한 계절이 끝나, 다음 계절의 옷으로 정리하다가 알았다.
나 옷이 없구나.
이번 계절에는 옷을 사지 않았구나.
늘 나중에~ 나중에~
필요할 때~ 급할 때~
미루고 미루다 결국, 계절이 끝난 것이다.
다시 오지 않을,
가장 예쁠 나의 지금이 야속하게도 잠옷으로 끝났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한 딸은
자식을 낳고서야,
엄마를 이해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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