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이후, 인생 계획은 무의미.
극 J가 P로 바뀌어가는 서막
MBTI : INFJ
난 모든 것을 몇 수 내다보고, 여러 개의 플랜을 미리 계획하는 극 J 성향으로 인생을 계획하며 살던 여자였다.
연애도 계획, 결혼도 계획 심지어 임신도 원하는 출산 달과 띠, 출산휴가&육아휴직 그리고 복직과 육아기단축근무까지 고려해 계획한 배란기에 한방 임신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거기까지였다...
32주, 버티고 버텨 휴직에 들어갔다!!
제왕 날짜도 철학관에 비싼 돈주고, 좋은날 빼서 39주로 미리 잡았으며, 약 2개월은 집에서 푹 쉬면서 출산가방도 싸고, 아기방도 꾸밀 계획을 꿈꿨지만...
이때부터였을까, 더이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35주에 태동검사에서 약한 수축이 보여, 눕눕처방받아 모든 약속 전면 취소하고, 집콕한 채 누워만 있다가~
36주 검진 때, 괜찮다는 소견 듣자마자, 밀린 아기방 청소하고 꾸미기를 정말 하루종일했다.
결국, 다음날.
36주 2일.
아침 먹고 선 자세에서 빨래를 개던 도중,
에취- 재채기 한 번했는데~
주룩-
왼쪽 다리로 무언가 흘러내렸다.
정말 한 방울만.
처음에는 소변이 나온 줄 알고, 화장실로 달려갔으나 아니었다.
무색, 무취, 온도도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양수인가? 그냥 분비물인가?
글로 배운 양수는 왈칵 쏟아진다거나,
락스 냄새가 난다는데...
그 한 방울 또륵과 무취라 혼란스러웠고,
병원 문의하자, 정~ 불안하면 내원하라는 간호사 말에 남편 호출해서 오후 진료 대기했다.
일하다 말고 온 남편은 저번주처럼 해프닝일 거라 여겼고,
나 또한 작은 이벤트로만 여겼는데...
초음파실이 아닌, 굴욕의자에 앉아 양수 검사를 했다.
계속 의아하게 보던 의사가 한 말.
"어차피 수술하기로 했으니깐, 오늘 합시다."
양수가 조금 샌 흔적도 있고, 문제는 겉으로는 나오지 않은 내부 출혈이 있다는 말에 갑자기 수술이 잡혔다.
그것도 지금 당장.
아직... 36주인데...
열 달이 아닌, 아홉 달 만에 아기를 출산했다.
36주 조산아지만.
2.9kg, 건강한 딸이 태어났다.
내가 계획한 4월 아기가 아닌,
3월 아기로 태어난 딸의 출생을 시작으로
난 더 이상 인생을 계획할 수 없는,
P의 길을 걷게 되었다.
딸의 첫 발 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