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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지 Aug 21. 2024

육아가 직장보다 쉽다?

망언이었습니다.

8년차 작업치료사로 난 내 직업에 만족한다.

늘 말한다.

천직이라고.


원래 꿈은 아니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난 이 길을 또 택할 거란 걸 안다.


힘은 엄청 든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심지어 정서적으로 피폐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기에 나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만족다.


그런 내가 언젠가부터 임신과 출산을 돌파구로 보고 있다.

천직임에도 고된 사회생활과 복잡한 인간관계는 나를 자꾸 뒤돌게 했다.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내게 선택권은 A와 B 둘 뿐이었다.

A. 퇴사한다.

B. 출산&육아 휴직을 받는다.




B. 출산&육아 휴직을 받는다.

B를 선택했다.


계획대로 임신이 되었다.

벌써부터 효도한다며, 좋아했다.


계획한 임신과 전조증상 그리고 태몽까지 꾼 나는 임신 테스트를 하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임신이구나.


4주 차에 3mm 아기집을 아주 빠르게 확인했다.

그리고 임신을 쉽게 본 죄는 달게 받았다.


입덧, 토덧, 먹덧, 체덧 4종 덧을 15주 차까지 했다.

병원에서 1대 1로 매시간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데,

오전에는 거의 양해구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게우는 게 일이었다.


대부분 막달에 생긴다는 '환도 선다'가 초기에 심하게 왔고, 증상은 출산 때까지 이어졌다.

집 소파에 누웠다가 일어날 때, 자주 발현되었다. 통증이 오면 너무 아파 뒤로 쿵 넘어가기 일쑤였고, 움직이지 못해 화장실도 못 가고 남편 퇴근하기만 기다렸던 적도 있을 만큼 내겐 끔찍한 고통이었다.


임신은 고결하고, 아름다움만 있을 거란 나의 로망과 달리 먹지도, 자지도, 잘 싸지도 못한 삶은 내가 원한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32주 차까지 버티고, 버텨 휴직에 들어갔다.

출산 전까지 남은 두 달 동안은 로망 실현하려 했지만, 36주 차에 응급제왕으로 출산을 해버렸고.

나의 육아는 한 달 빨리 시작되었다.


배가 점점 부를 때마다,

"그냥 빨리 방 빼고 싶다. 그럼 몸은 안 힘들 거 같은데, 예쁜 내 새끼 보면은 힘들지도 않을 거 같다."


과거의 내 입을 틀어막고 싶다.


예쁜 내 새끼는 맞다.

하지만...

임산부 때보다 더 못 먹고, 더 못 자고, 더 못 싸게 되었다.


출근한 남편 대신 말 못 하고, 우는 아기와 하루 최소 12시간을 있어야 하는 난 점점 지쳐갔고,

출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경험자의 말 이해되었다.


"차라리 일하고 싶다..."


6주차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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