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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Jul 16. 2018

서른잔은 더 먹은 카페 창가에 앉아

왜 나는 글을 완결 짓지 못하는가?!

 퇴근을 하면 항상 가는 단골 카페가 있다. 개인 카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카페이다. 형태만 보면 프랜차이즈가 분명한데, 다른 지역에서 같은 카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카페의 단골이 되었다. 개인 카페에서의 장점과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다 섞어 놓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것이 단점이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개인 카페는 고즈넉하고 조용해서 좋지만, 오래 머물러 있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죄송스럽다. 그렇다. 내가 단골인 이 카페는 사람이 적고 조용한 편이다. 게다가 나름의 프랜차이즈라 오래오래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지만 사실은 레몬그라스를 팔기 때문이었다. 이 동네엔 어디를 가도 레몬그라스를 파는 곳이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허브티다.

  바야흐로 작가의 시대다. 너도나도 글을 쓰고, 심지어 다들 잘 쓴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작가가 아니지만 작가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두어 명 보았다. 그 필력이 너무 셈이 나서 열심히 글을 써보았지만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체념했다. 글의 형태가 다르기도 했으니까. 아무튼 인터넷이고 SNS고 많이도 글을 쓰는데, 심지어 나도 이렇게 글을 쓰는데, 도대체 누구는 작가가 되어서 책을 내고 누구는 책을 내지 못하고 고꾸라지는가? 물론 모든 글이 책이 되기 위한 글은 아니겠지만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듯이 글이 모이면 책이 된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흘러 흘러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산기슭에 고여 썩어가는 글들은 무슨 이유에설까?

 작금의 이런 고민을 하면서 드는 답은 역시 하나뿐이었다. 물이 부족해서 고인 것이다. 좋은 물이든 좋지 않은 물이든, 그 수량으로 뭉쳐서 바위를 넘고 뚝을 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꾸준함, 뚝심이 바로 그것이었다. 심지어 그 꾸준함과 뚝심은 글의 분량뿐만 아니라 필력까지 맑게 해준다는 것에서 또 다른 의의를 지닌다. 이렇든 저렇든 글쟁이에게는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브런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글을 많이 썼는데, 제대로 끝마친 주제는 한 개도 없다. 블로그에 기록했던 나의 스페인 여행기는 한 달의 여정 중에 딱 3일을 남기고 연재를 멈췄다. 물론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때의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쓸 수가 없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쓴 취준 글들은 어떻게 책을 구성할지 몰라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지금까지 쓴 것만으로 책 한 권이 나오지만, 워낙에 중구난방이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야심 차게 시작한 에세이도 열댓 번 쓰다가 멈췄고, 인스타에는 이 글 저 글을 열심히 던지다가 스스로 민망해서 다 숨겨버렸다. 나의 소개글이 '잘 쓰는 것보다는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라고 해놓은 것은 괜히 해놓은 말이 아닌 반성의 말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카페에 앉아 즉흥적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가며 답한다. 나는 이 카페 같은 글을 써야 한다고. 개인 카페처럼 부담스럽지는 않으면서, 그렇다고 프랜차이즈처럼 흔하지도 않은. 쉽고 가볍게 찾을 수 있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거기에 포인트로 나만의 레몬그라스. 그런 주제를 잡아서 쿠폰 찍듯이 글을 써 내려가야 한다고.

 역시 즉흥적으로 쓴 글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이나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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