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파하기만 해도, 어쩌면 가장 큰 위로가 돼요.
올해는 취업이 힘들 것 같아서, 네 글 읽으러 왔어.
어느 날 익숙한 이름의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제 글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같이 인턴을 했었던, 그리고 여전히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곧 무너질 것 같은 느낌에 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불러만 놓고서는 아무 말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어쭙잖은 위로 따위, 전혀 힘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바로 답장이 오지 않아서 그 마음을 들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 없이 많은 말을 쓰고 지우다 결국에는 애매한 끝맺음만 남겼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며 꽤 큰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취준생으로서, 특히나 글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글쟁이로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조금씩 괴롭습니다. 어떻게든 그 사람을 위로하고 또 도와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 기업에서 취준생들을 위해 만든 기업홍보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기업의 현직자 네 명이 나와서 입사 당시 제출한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읽는 영상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의 저는 정말 많이 주눅 들어 있었고, 자존감이 많이 낮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끌어와서 위로로 삼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영상의 큰 틀은 '우리도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다니지만, 사실 우리도 옛날에는 똑같이 고민하고, 힘들고, 울던 취업준비생이었다.'라는 위로 아닌 위로의 영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상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지금 자소서를 쓰고 있는 후배들에게'라는 클립이었습니다.
얼마나 불안하고 겁나고 힘들고 막막할지 아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아무 말도 못 해줄 것 같아요.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요.
그때는 누가 "힘내"라는..."너는 잘 될 거야", "힘내"라는 말도 싫었어요.
"자신감을 가져라",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라", "괜찮다, 잘 될 거다."라는 말을 해준 다른 분들과는 달리,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던 그 마음이 정말 크게 와 닿았었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긍정의 위로를 받으며 우리는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정작 그 긍정의 위로들이 우리에게 큰 실망과 가시로 돌아왔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위로의 말을 바라고서 힘듦을 털어놓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로를 바라더라도 그것을 쉽게 줄 수도, 얻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가장 큰 위로는 같이 넘어져주는 것이 아닐까
힘든 시기에 홀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간 적이 있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대화 속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위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큰 위로는 "괜찮다.", "괜찮을 거다.", "다 잘 될 거다.", "좀만 더 해보자" 따위의 말이 아닌, 같이 힘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빙판길에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기보다는, 옆에서 같이 넘어져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 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냥 같이 울어주는 것, 힘들었던 얘기를 함께 나누며 아픔을 공유하는 것, 그런 것들이 어쩌면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굳이 위로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아무 말 말고 꼭 안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슴이 가까워지면 그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굳이 말로 위로하려 하기보다 글을 통해서나마 우리들을 위로하겠습니다. 옆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같이 앉아있다 가요.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