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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리 Jul 18. 2022

나의 글쓰기 수업

지난주 수요일 2주 만에 만난 글쓰기 수업이 기대만큼이나 알차게 끝났다. 약간의 긴장감에 상기된 얼굴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늦은 시간 하루의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내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떠다니고 있었다. 피곤하다. 다음 글감은 무엇으로 하지…. 다들 글을 너무 잘 쓴다 등등….

줌으로 만난 이들과 그림책을 준비해서 같이 숨죽여 읽고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함께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첫 주보다는 조금 익숙한 느낌이지만 난 옛날 사람임이 분명한 게 온라인 속 작은 화면에 사람들을 보며 대화하는 게 이제 익숙할 만도 한데 아직도 몸에 익지 않는다. 끝날 때쯤이나 익숙해지려나 보다.     

 글쓰기 수업을 왜 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퇴근 후 취미로 시작해 틈틈이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스스로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웠고 올린 인형이 늘어갈 때마다 팔로워도 조금씩 늘어갔다. 내 스타일의 인형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고민했고 인형의 크기부터 머리 모양 옷 스타일 등 내 인형의 구체적인 콘셉트를 고민했다. 이렇게 며칠이 걸려 만든 인형 사진을 올리고 짧은 글을 인스타에 게시하면서 다른 이들의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작가부터 일반인들의 글까지…. 깊이가 있고 생각을 잘 정리해서 올린 글들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나는 본래 가지고 있는 성격이 동작이 느리거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론이 길어지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도 간결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매일매일 매 순간 사람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모두 실천에 옮기는 건 극히 어렵다. 시작은 개인의 SNS를 위해 흑심을 품고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처음 글을 써보는 사람처럼 시간을 들여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자신과 마주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고민하며 써 내려가는 글은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발전하기를 바라본다.      

퇴근 후 쌓여있는 집안일에 간헐적으로 반항하는 사춘기 아들과의 신경전으로 저녁의 피로는 쉽게 몰려온다. 반복되는 하루에 안정감을 느끼지만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어느 날은 무기력이 찾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꼼짝 못 하게 만들어 버릴 때도 있다. 갱년기를 의심할 때도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익숙함에 안주하려 하고 스트레스를 핑계로 게으른 나를 발견한다. 합리화시키기를 반복하며 말이다. 연륜이라는 멋진 말로 고집스러움을 포장하고 뾰족하게 있지 말고 동그랗게 다듬어 가며 앞으로 나아가 멋짐이 폭발하는 나를 만나야겠다. 비상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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