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달라지고 있는 중국 숏드의 세계:만다라(曼陀罗)

마이크로드라마탐구 6화: 만다라(曼陀罗, 2026년 3월, 첸시✖리커이)

by SJ

열심히 왕카이무 숏드를 보다가, 릴스의 광고에 낚여서 보게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부터 다 보고 싶었어서 'FlickReels' 앱을 결제까지 했다. 제목은 만다라(曼陀罗). 종교적인 의미 등이 있지만, 작품의 내용에 빗대어 보면 '아름답지만 치명적이고, 한 번 갇히면 죽을 때까지 못 나가는 지옥 같은 천국'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총 85부작의 작품으로 첸시(沉思, Chen Si)리커이(李柯以, Li Ke Yi)가 출연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여주인공은 남친과 함께 결혼해서 사는 것이 작은 꿈이다. 어린 시절을 살짝(아무리 봐도 살짝) 같이 보낸 남자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투자자로 크게 성공하고 있는데, 우연히 여자 주인공을 보고, 가난했지만 따뜻했던(저런!) 시절을 떠올리고 그녀를 소유(어머!)하기 위해 작전(쯧쯧~)을 짠다. 아무것도 모르던 여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의 계략(!)에 휘말려서, 회사에 취직도 하고, 비서실에서 일도 하고, 회사가 보내주는 공부를 하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 와중에 남친은 역시 남자 주인공의 함정에 빠져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게 되고, 결국 여자 주인공과 헤어지게 된다. 이런저런 사정을 지나,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려는 찰나,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의 못된 짓들을 알게 되고, 남자 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 진심이 없다며 떠나게 된다. 자신의 계략에 의한 못된 짓거리를 반성하고 다시 여자 주인공과 행복하게 잘 산다는 내용이다.


달라진 여주인공, 달라진 숏드


특이점은 여주인공이 의외로 독립적으로 나온다는 거다. 요즘 숏드를 많이 보고 있노라면 — 과거, 2023년도 이전 숏드겠지만 — 숏드 여주인공들은 남자 주인공들이 백마 탄 왕자님 빙의해서 문제를 해결해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사랑에 빠지는 거였다면, 2025년 이후 숏드 여주인공들은 주체적인 직업에, 결정도 주체적으로 하고 있다.

사실 전통 중국은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는데, 1949년 이후 혼인법, 전족 금지, 문맹퇴치, 노동 참여 확대 등으로 여성 인권이 상승하다가 문화대혁명 시기에 여성의 노동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요리는 남성이 한다는 식으로 문화를 만들어갔었다. 하지만 이는 개방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여성 교육·소득 절대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남성과 대비하여 상대적 소득 수준은 하향화되면서 신데렐라와 같은 환상을 꿈꾸는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이런 문화의 변화가 숏드에서 압축적으로 반영된다.

2025년 이후에 만들어진 숏드에서는 더 이상 강압적인 폭력에 의한 키스씬 등은 잘 나오지 않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여성이 오히려 먼저 다가가는 장면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계략에 빠트려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는 이 설정의 드라마 역시,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여 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보다 편안하게 첸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얀데레 순한맛 그리고 첸시(沉思, Chen Si)


더불어 숏드를 보면서 얀데레(ヤンデレ, Yandere)라는 신조어를 알게 되었다. 얀데레란 '사랑하는 대상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출처: 네이버 국어사전)이라고 한다. 첸시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얀데레 순한맛 버전쯤 되겠다. 사실 숏드라는 한정된 화면에서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편인데, 첸시가 꽤나 잘 하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보게 되고, 이후 첸시의 드라마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전통 영화학교에서 연기를 배웠다는 첸시는 천스라고 읽기도 한다. 키는 큰데 너무 말라서 종잇장처럼 느껴지나, 뛰어난 눈빛 연기와 그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분위기로 인기몰이 중이다.

숏드라마는 지금 중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빠른 속도로 흡수하는 미디어다. 여성의 주체성, 사랑의 과정에서의 동의 문화와 달라진 사랑의 문법 —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첸시는 그 변화의 흐름에서 자신만의 눈빛 연기로 잘 선택된 배우였고, 나는 그 흐름에 또 한 번 낚였다.


※ 추가 정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는 앱마다 제공하는 제목이 제각각이다. 유튜브가 아닌 제대로 된 영상을 보고 싶다면 참고하시길. 나는 FlickReels에서 봤다.

‧ BeeShort(만다라)

‧ FlickReels(늑대의 함정에 빠졌다)

‧ FineDrama(치명적인 유혹, 만다라) (*출처: blog.naver.com/hobbi_05/2240965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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