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영국 런던
4시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오늘은 한 곳에서 두 곳 정도밖에 갈 수 없었다.
어제 여행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된 난 고민 없이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내셔널 갤러리 -> 템스강 (런던아이, 빅벤) -> 스탠스테드 공항
완벽한 날씨와 함께 완벽한 계획이었다!
National Gallery
내셔널 갤러리는 대영박물관과 테이트 모던에서 느꼈던 감정의 총체였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더 감동적이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시실의 분위기와 색의 조합이 인상 깊었다. 원래도 좋은 작품들의 가치와 감동을 극대화해주는 작품 배치에 감탄했다.
어제 수민이와 테이트 모던 이야기를 하다가 미술 얘기가 나왔다. 미술에 관심이 많고 아는 게 많은 수민이에게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작가가 누군지 사진을 찍어두고 그 작가가 누구인지, 다른 작품은 뭐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줬다.
(멋진 친구 수민)
내셔널 갤러리에서 그 방법을 바로 써먹어 봤다.
특히 인상 깊은 작품을 만나면 그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고 그 옆에 있는 작품과 작가 설명 사진을 찍었다. 이제 제법 작품을 ‘잘’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엔 누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기에.
하지만 모네의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이젠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 모네 좋아해요”
사실 모네는 워낙 유명하니까 그의 작품은 책에서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완전히 달랐다. 내 눈앞에서 보이는 질감과 색감, 그리고 실제로 봐야만 느껴지는 그 분위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냥 멍하니 작품을 보고 있게 만든다.
특히, 이 그림, 모네의 ‘수련’ 앞에선 1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림에 빠져든다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깨닫게 되었다. 처음 3분 정도는 너무 큰 감동이 다가와서 살짝 눈물이 맺힐 뻔했다. 누군가는 ‘에이, 무슨 그림을 보고 눈물이 나’하면서 오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도 그 감정의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표현할 뿐이다.
모네 작품 앞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난 빠르게 고흐, 다빈치, 미켈란젤로 작품들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 대단한 세 작가의 작품을 시간 때문에 숙제하듯 해치워야 했던 게 아쉽긴 하지만 모네 그림 앞에서 보낸 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내셔널 갤러리를 나오니 쨍한 햇빛 아래에 빛나고 있는 트라팔가 광장이 보였다.
트라팔가 광장
런던에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지막을 배웅해주듯 한없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찐한 광합성을 하고 템스강으로 향했다.
날씨가 정말 하루 종일 걷고 싶게 만드는 날씨였다.
어쩜 저렇게 하늘이 깨끗한 파란색일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와서 하늘에 먼지가 쌓일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본다.
저 멀리 보이는 빅벤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아쉬운 마음이 커져갔다. 러블리한 이층 버스, 러블리한 거리, 러블리한 건물들, 러블리한 나무들까지 모든 게 러블리한 이곳에서 조금 더 있고 싶었다.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새 난 빅벤 앞에 서있었다. 밤에 보는 빅벤도 멋있었지만 낮에 보는 빅벤은 더 멋졌다.
런던아이도 분명 밤에 봤었는데 처음 보는 느낌이 들었다. 낮의 템스강은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곳을 그리고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다리를 몇 번을 건넜다.
템스강의 아름다운 윤슬을 가만히 바라만 보기도 하고
런던의 가을을 휴대폰 속에 담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나만의 방식으로 런던과 작별을 하고 나니 그제야 이제 행복하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기쁜 마음으로 런던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빅벤에게 안녕을 하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바르샤바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떠난 유럽 여행
그 처음이 영국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처음이라 제목처럼 정말 ‘우당탕탕’ 한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영어를 쓰는 국가여서 마음이 훨씬 편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참 러블리해서 우당탕탕하고 있는 날 도와주는 러블리한 사람들이 많았다.
영국 여행 5일 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들, 깨달은 생각들,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그 모든 것들의 농도는 한국에서 5년보다 더 진했다.
그렇게 싫어했던 여행 에세이를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이 첫 여행이 내게 준 의미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내 여행의 시작이다, 내일의 태양이 뜨는 한 내겐 아직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영국 여행의 마지막이 이젠 크게 아쉽지 않다. 영국은 언제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숨을 쉬고 있을 거고 그렇담 난 언제든 다시 갈 수 있으니.
안녕 영국, 언젠가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