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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인 Nov 20. 2022

안녕 또 만나

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영국 런던

2022년 10월 10일, 런던 여행 마지막 날

우리 숙소가 있었던 동네에서 마지막 아침

4시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오늘은 한 곳에서 두 곳 정도밖에 갈 수 없었다.

어제 여행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된 난 고민 없이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내셔널 갤러리 -> 템스강 (런던아이, 빅벤) -> 스탠스테드 공항

완벽한 날씨와 함께 완벽한 계획이었다!


National Gallery

내셔널 갤러리는 대영박물관과 테이트 모던에서 느꼈던 감정의 총체였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더 감동적이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시실의 분위기와 색의 조합이 인상 깊었다. 원래도 좋은 작품들의 가치와 감동을 극대화해주는 작품 배치에 감탄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

어제 수민이와 테이트 모던 이야기를 하다가 미술 얘기가 나왔다. 미술에 관심이 많고 아는 게 많은 수민이에게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작가가 누군지 사진을 찍어두고 그 작가가 누구인지, 다른 작품은 뭐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줬다.

(멋진 친구 수민)

내셔널 갤러리에서 그 방법을 바로 써먹어 봤다.

특히 인상 깊은 작품을 만나면 그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고 그 옆에 있는 작품과 작가 설명 사진을 찍었다. 이제 제법 작품을 ‘잘’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엔 누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없었기에.

하지만 모네의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이젠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 모네 좋아해요”

사실 모네는 워낙 유명하니까 그의 작품은 책에서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완전히 달랐다. 내 눈앞에서 보이는 질감과 색감, 그리고 실제로 봐야만 느껴지는 그 분위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냥 멍하니 작품을 보고 있게 만든다.

특히, 이 그림, 모네의 ‘수련’ 앞에선 1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림에 빠져든다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깨닫게 되었다. 처음 3분 정도는 너무 큰 감동이 다가와서 살짝 눈물이 맺힐 뻔했다. 누군가는 ‘에이, 무슨 그림을 보고 눈물이 나’하면서 오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도 그 감정의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표현할 뿐이다.

고흐의 작품들

모네 작품 앞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난 빠르게 고흐, 다빈치, 미켈란젤로 작품들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 대단한 세 작가의 작품을 시간 때문에 숙제하듯 해치워야 했던 게 아쉽긴 하지만 모네 그림 앞에서 보낸 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다빈치의 작품
미켈란젤로 작품

내셔널 갤러리를 나오니 쨍한 햇빛 아래에 빛나고 있는 트라팔가 광장이 보였다.

트라팔가 광장

런던에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지막을 배웅해주듯 한없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찐한 광합성을 하고 템스강으로 향했다.

날씨가 정말 하루 종일 걷고 싶게 만드는 날씨였다.

어쩜 저렇게 하늘이 깨끗한 파란색일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와서 하늘에 먼지가 쌓일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본다.

저 멀리 보이는 빅벤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아쉬운 마음이 커져갔다. 러블리한 이층 버스, 러블리한 거리, 러블리한 건물들, 러블리한 나무들까지 모든 게 러블리한 이곳에서 조금 더 있고 싶었다.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새 난 빅벤 앞에 서있었다. 밤에 보는 빅벤도 멋있었지만 낮에 보는 빅벤은 더 멋졌다.

런던아이도 분명 밤에 봤었는데 처음 보는 느낌이 들었다. 낮의 템스강은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곳을 그리고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다리를 몇 번을 건넜다.

템스강의 아름다운 윤슬을 가만히 바라만 보기도 하고

런던의 가을을 휴대폰 속에 담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나만의 방식으로 런던과 작별을 하고 나니 그제야 이제 행복하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기쁜 마음으로 런던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빅벤에게 안녕을 하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바르샤바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떠난 유럽 여행


그 처음이 영국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처음이라 제목처럼 정말 ‘우당탕탕’ 한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영어를 쓰는 국가여서 마음이 훨씬 편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참 러블리해서 우당탕탕하고 있는 날 도와주는 러블리한 사람들이 많았다.


영국 여행 5일 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들, 깨달은 생각들,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그 모든 것들의 농도는 한국에서 5년보다 더 진했다.


그렇게 싫어했던 여행 에세이를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이 첫 여행이 내게 준 의미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내 여행의 시작이다, 내일의 태양이 뜨는 한 내겐 아직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영국 여행의 마지막이 이젠 크게 아쉽지 않다. 영국은 언제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숨을 쉬고 있을 거고 그렇담 난 언제든 다시 갈 수 있으니.


안녕 영국, 언젠가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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