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폴란드 그단스크
2022년 10월 29일
하루 전에 기차표랑 숙소만 예매하고 무작정 떠난 그단스크 여행
물론 바르샤바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본투비 J형 인간인 나에게 계획 없는 여행은 새롭고 신선했다.
바르샤바에서 3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도착한 그단스크
그단스크 올드타운
얼른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나왔지만 올드타운엔 벌써 어둠이 찾아와 있었다.
바르샤바와는 또 다른 느낌을 풍기는 그단스크의 올드타운, 모든 건물들이 뾰족한 지붕에 좁고 긴 모양을 가지고 있다.
언뜻 보면 장난감 모형 같기도 한 건물들, 참 귀엽다.
그단스크 대성당
올드타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이곳, 그단스크 대성당이다.
실제로 보면 더 웅장하고 큰 이 성당은 올드타운 어디에 있든 보인다.
넵튠 분수
성당 옆에 있는 넵튠 분수도 아주 멋있다.
넵튠 분수는 17세기에 완성된 르네상스 양식의 분수로 바다의 신이 이곳 그단스크를 지켜준다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화려한 듯 소소한 매력을 가진 그단스크
관광지 답지 않게 평화롭고 조용한 올드타운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우리는 배가 고파졌고 마침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보여서 바로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여기서 인생 피시 앤 칩스와 까르보나라를 만나게 됐다.
특히, 이 까르보나라 덕분에 내 철칙 하나가 무너졌다. 난 원래 느끼한 걸 싫어해서 까르보나라를 절대 먹지 않았는데 이 까르보나라는 한국에서 먹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고소하고 담백하고.. 이 까르보나라 때문에 내 최애 파스타가 까르보나라가 돼 버렸다.
정말 환상적인 저녁을 먹고 기분이 한껏 좋아진 우리는 근처 체리 와인을 파는 bar에 가서 체리 와인 한 잔씩 했다. 따듯한 체리 와인 한 모금을 넘기니 추웠던 몸이 사르르 풀리면서 행복함이 밀려왔다.
체리 와인을 먹고 나오니 한 카페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게 보였다. 우린 여긴 분명 맛집일 거라는 촉이 왔고 바로 들어갔다. 핫쵸코와 커피, 당근 케이크를 시켰는데 정말 이 당근 케이크 당황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무작정 들어간 카페에서 내 생애 최고의 케이크를 먹게 되다니 즉흥 여행의 묘미가 이런 거구나 깨달았다.
완벽한 식사와 디저트를 마친 우리는 평화롭고 조용한 올드타운 거리를 거닐었다. 토요일 밤 치고 사람이 적어서 의아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 한적한 거리가 훨씬 더 낭만적이었다.
그단스크의 매력에 빠져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를 보고 미소를 짓고 가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 여기 예쁘지?' 하는 의미를 담은 웃음 같았다. 그 웃음이 참 따스했던 기억이 남는다.
올드타운 롱 마켓
정처 없이 거닐던 우리에게 펼쳐진 환상적인 뷰, 그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감동을 받았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올드타운 롱 마켓이라는 곳이었다.
양 쪽으로 식당과 카페가 늘어져있는 롱 마켓 사이엔 '모트와바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밤의 불빛들이 반짝이는 모트와바 강은 너무 아름다웠다.
한참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단스크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겼다. 혼자 그 야경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다시 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친구와 함께 긴 롱 마켓 거리를 따라 걸었다.
하루 전에 계획해서 충동적으로 온 여행 치고 너무 완벽한 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불안할 정도로 완벽하지 않아?"라는 말을 되뇌었다.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예쁜 회전목마도 만나고
그단스크의 또 다른 명물, 관람차 '엠버 스카이'도 만났다. 우린 이왕 온 김에 엠버 스카이를 타보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한 선택은 다 옳았지만 특히 잘한 선택은 바로 엠버 스카이를 탄 것이다.
관람차 안에서 한눈에 보이는 그단스크 정경은 벅차오르게 아름다웠다. 우린 처음엔 사진이랑 동영상을 찍다가 나중엔 조용히 노래를 들으며 야경을 감상했다. 조금만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불안할 정도로 완벽하고 행복했던 즉흥 그단스크 여행 1일 차,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가끔은 계획 없이 발걸음이 가는 대로 가도 괜찮겠어. 그 발걸음이 날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다 줄지 모르는 일이거든.
마치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