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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May 24. 2024

너는 참 경험이 많은 것 같아

"너는 참 경험이 많은 것 같아"

긴 방황을 거쳐 다시 신입이 된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32살은 신입을 하기에 많은 나이일까, 흔한 나이일까, 적은 나이일까. 

신입 직장인이 되는데 적정 연령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32살 여자 신입은 드문 존재까지는 아니어도 중고신입이 더 잘 어울리는 나이기는 하다.

특히, 일하는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라면 더더욱.  


사실, 비슷한 직종으로의 이직이 아니라면 중고신입은 어정쩡한 존재다.

사회 초년생은 아닌데 관련 업무를 해본 적은 없어 전문성이나 업무 지식은 백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회생활 짬밥이라는 게 장점인데... 그 짬밥은 케바케가 강하다. 

결국은 그냥 초년생처럼 일을 다시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 직속 사수가 나이가 어릴 확률도 꽤 높다. 

해당 업무를 일찍 시작한 케이스라면 직속이 아니라 동갑 팀장을 만나는 일도 적지 않다. 


일과 나이는 무관하니 열심히 일 배우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게 현명하고 옳은 생각이지만

유난히 힘들 날, 퇴근길에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5번째 회사다. 평균 근속연수는 6개월에서 1년.

직업은 세 번째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넓고 얕은 경험들이 많은데, 

이 경험들은 내게 많은 걸 준 시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위축시키는 족적이 됐다.


'왜, 한 군데서 진득하게 일을 하지 못했어?'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오래 못하지 않을까?'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면 어김없이 저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나의 선택과 지나온 시간들을 존중해주지 못했다. 누군가 칭찬으로 나의 경험을 추켜세우면 되레 이젠 경험 말고 결과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때로는 효능감을 때로는 자괴감을 줬던 나의 방황기를 차곡차곡 기록해볼까 한다. 

떠올려보면 작은 순간순간 속에서도 분명 많은 걸 느끼고 배웠을 테니. 

방황은 지금도 앞으로도 하게 될 테지만, 그 과정에서의 내 감정과 생각을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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