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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Dec 14. 2022

[드라마 분석] 조선시대판 스카이캐슬

tvN <슈룹>

오늘 분석할 드라마는 최근 16.9%로 성공리에 종영한 '슈룹'이다. 언뜻 보면 외래어처럼 느껴지는 슈룹은 우산이라는 순우리말이다. 자식들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모성애를 주제로 한 사극에 걸맞은 이름이다. 메인 포스터 역시 자식이 비를 맞을까 우선을 씌어주고 있는 장면이다.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와 기획

조선시대 왕실 교육을 대치동에 비유하며 중전과 후궁들의 입시 전쟁을 그린 '슈룹'은 조선시대 판 스카이캐슬이라는 소재만으로도 눈에 띈다. 사실, 모성애라는 키워드와 자식 교육은 이미 새로운 소재가 아님에도 이를 사극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대군들의 교육기관 종학과 제왕교욱과 결합하며  새로운 사극이 기획됐다고 보인다. 


'김혜수'라 가능했던 드라마 

드라마는 중전인 화령(김혜수)이 세자와 적통대군을 대비와 후궁들의 암투에서 보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김혜수 원톱 드라마로 봐도 무방하다. 대군과 후궁이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인지도도 임팩트도 김혜수가 극을 이끄는 중심인물임인데 김혜수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힘 빠지지 않고 16부작 사극을 홀로 훌륭히 끌어간다. 작품의 성공 8할은 김혜수의 공이지 않나 싶다. 


현대적 가치관이 과감하게 투영된 퓨전 사극

참신한 소재에 머물지 않고 '슈룹'은 꽤 직설적으로 주체적 여성 캐릭터, 여성 연대. 성소수자의 애환을 풀어낸다. 현대극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가치들임에도 가부장제의 끝판왕인 조선시대에서 풀어낸 다는 점에서 현대극과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너무 많은 대군들 

아쉬운 점은 적통대군과 서통 대군이 많다 보니, 제대로 풀지 못하고 그냥 존재만 하는 대군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성소수자였던 계성 대군과 세자와의 우애를 보여주는 성남 대군, 경쟁자인 의성군과 보검군 외에는 너무 비중이 없었다. 또, 경쟁자인 의성군을 포함해 안타고니스트(악역)들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너무 단순해서 아쉬움이 컸다. 


차라리 의성군이 보검군처럼 총명하고 반듯한데 출신만이 문제라 열등감을 겪는 캐릭터였으면 더 입체적이었을 것 같다. 뒤에서 열심히 지원해줘도 일등 한 번 못하고 계속 치이면서 소리만 지르니까 의성군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너무 없었다. 


어색한 연기+초면인 얼굴=?

슈룹에는 신인 배우들이 대거 나왔다. 이는 장점으로 작용하면 신선함이고 단점으로 작용되면 어색함인데, 아쉽게도 슈룹에서는 후자가 더 부각됐다. 초면이라 익숙하지 않은 배우가 비중도 어중간한데 연기까지 못하니까 집중을 방해하는 느낌이 강했다. 캐릭터라도 매력적으로 그려졌으면 괜찮았을 텐데, 슈룹에서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못했다. 주체적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의도'만 느껴진 '청하'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매력적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캐릭터였음에도, 어색한 연기와 부족한 서사로 빛을 보지 못했다. 


안 봐도 알 것 같은 너무 뻔한 스토리 전개 +오락가락하는 드라마 톤 

초반 '슈룹'은 고증 논란이 있었는데, 중국 간자체를 사용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달리는 중전이나 엄마라는 표현은 슈룹이 대놓고 퓨전사극임을 고려하면 과한 논란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런 논란이 생겼는가 살펴보면, 초반에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이 드라마가 코익 퓨전 사극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대적으로 홍보한 포스터는 김혜수 배우가 굉장히 밀도가 높은 진지한 사극에 출연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드라마가 시작하고 나서도 이 드라마가 가볍고 재밌게 톤을 잡고 갈 거라는 예고 없이 중전마마가 굉장히 진지하게 달린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는 '아니 무슨, 중전이 치마를 잡고 달려?'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의문은 극이 진행되면서 드라마의 톤을 이해한 후 사그라들었다. 애초에 설명을 충분히 해줬으면 논란이 안 됐을 수도 있다. 또, 중전의 연기 역시 가벼운 코믹 퓨전 사극에 나오기에는 지나치게 고퀄리티 정통 사극에나 나올법한 표정연기가 종종 나오는데 페이스타임 같은 만화적 연출과 결이 달라 튀어 보일 여지가 있다. 


마의 15% 넘은 유의미한 성공, 새로운 사극의 지평을 열었다. 

이런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드라마 '슈룹'이 시청률 15%를 넘었다는 점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점으로 지적했던 안 봐도 알 것 같은 뻔한 스토리가 장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OTT가 등장한 이후 타깃 시청층을 2030으로 잡는 트렌디한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에 집중되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전부 15%를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꾸준히 인기를 얻고 시즌2까지 나온 비밀의 숲 역시 15%를 넘기지 못했다. 뻔하지 않은 대신 어려운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층이 한정적이라는 의미다. '슈룹'의 성공은 이처럼 이미 OTT 드라마에 익숙한 2030에게는 뻔한 전개가 들어간 작품일지라도 남녀노소 보기 편안한 넓은 시청층을 확보하면 높은 시청률이 나온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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