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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Nov 23. 2022

[드라마 분석] 이 작품이... 시청률 6%라고?

KBS <진검승부>

지난주에 신기한 드라마를 한 편 봤다. 내 주변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고, 이름조차 모르는 드라마인데 당당하게 수목극 1위를 차지하며 시청률이 6%가 넘는 그런 드라마. 


바로, 얼마 전 종영한 KBS <진검승부>다. 주연 배우가 도경수임에도 화제성이 높지 않았던 작품이라 흥행 원인이 궁금해져서 정주행을 시도했다. 


드라마를 보기 전 로그라인을 먼저 살펴봤다.  

부와 권력이 만든 성역,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악의 무리들까지 시원하게 깨부수는 '불량 검사 액션 수사극' 액션 수사극을 좋아하는 편이라 일단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도경수 배우가 연기한 <백일의 낭군님>과 <괜찮아, 사랑이야>를 다 잘 본 편이라 배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이토록 뻔할 수가

드라마는 원톱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도경수 배우가 열연한 진정이라는 캐릭터의 먼치킨 같은 활약상이 돋보인다. 요즘 추세인 사이다 전개도 듬뿍 담겨서 모든 문제를 검사인 진정이 정법 대신 편법으로, 정석보다 꼼수로, 성실 말고 불량하게 해결한다. 


문제는... 그냥 딱 보면, 어? 저 사람 진짜 빌런 아닐 듯, 곧 죽을 듯, 저 사람이 찐 흑막이겠지 싶은 요소들이 드라마의 전부라는 점이다. 새로운 몰입 요소가 전무하다. 소재, 스토리 전개 방식, 인물관계도까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 


사이다 전개와 맞바꾼 개연성

 주인공이 답답하게 문제 해결을 하는 게 요즘 스타일이 아닌 건 OK. 문제는 이 드라마의 장르가 코미디 액션 수사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간중간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해서 웃음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기는 했지만, 이 드라마는 핍진성보다 웃음을 우선하는 코믹 드라마가 아니다. 당연히 검사로서의 주인공의 행동에는 현실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시청자가 몰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과감하게 개연성을 버리고 사이다 전개를 취했다. 검사인 주인공이 공항에 폭발물이 있다고 허위신고를 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에 붙잡힌 주인공이 창문 없는 화장실 칸을 넘어가는데 화장실에 같이 있던 경찰이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해결 방식은 쫄깃함보다는 황당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사실, 짜임새로만 보면 이 드라마는 부실하게 만들어진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수사물 클리셰에 충실한 사건 전개 방식과 연출, 캐릭터에 요즘 추세에 맞는 사이다 전개를 쏟아부은 그야말로 '안정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이런 부분들이 고정 시청층을 유지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너-무 안정적이라 아쉬운 작품이다. 모든 드라마에는 시청자를 사로잡는 장르에 맞는 문법이 있고, 그걸 맞춰서 작품을 만드는 건 상업성을 고려하면 너무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시청률 높은 드라마를 살펴보면 저마다의 '한 방'이 있다. 기존의 문법에 작가와 감독이 고민한 그 작품만의 특별함이 한 스푼 이상은 꼭 들어간다는 거다. 


이 특별함의 정도가 OTT가 도입되면서, 꽤 과감해지고 있는 데... 되려 넘치는 다양성으로 모 아니면 도 식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아마, 이 지점이 <진검승부> 같은 작품이 나오는 주원인이 아닐까 싶다. 도전적인 한 방을 넣어서 대박을 노리다 망하느니, 평타를 칠 수 있는 요소를 넣어서 '흔하지만 안정적인 드라마를 만들자'와 같은 안전지상주의적 발상 말이다. 


물론, 이 작품의 수요가 6%나 된다는 점에서 아직 이 스타일이 대중에게 먹힌다면,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이 없는 드라마가 계속 나오게 된다면... 양산형 웹소설과 다를 게 뭔가 싶다. 뻔한 드라마의 양산화는 시청자로서 매우-아쉬운 일이다. 


시간이 흘러 이런 류의 스토리에 시청자가 싫증을 느끼는 걸 기다려서 저조한 시청률로 확인받기 전에 그냥 재밌고 적당히 새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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