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라고 마음속으로만 외쳐.
잃어버린 인연들이 있다.
졸음이 가시지 않아 꾸벅꾸벅 머리통을 기울이는 내 손과 머리카락을 소름 돋을 정도로 부드럽게 긁어주고 어루만져주던 손길, 얼굴에 갖다대면 다리가 후들거릴만큼 포근하고 달큰한 향수 냄새가 짙게 배인 부드러운 머플러, 두고 온 내 고향집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것들이 오목조목 가득하게 채워진 취향 가득한 누군가의 방안. 그 모든 것 속에서 그들이 떠오른다.
내 사랑은 군말 없이 옆에 있어주면서 모르는 구석이 없게 서로를 잘 알려주는 거다. 그렇게만 하면 오래오래 함께 사랑하고 지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랑하기는 쉬웠는데 우리가 함께 사랑 속에 꾸준히 머무르는 건 어려웠다.
계속 말해주고 아무리 들어주어도 우리가 서로 알 수 없는 건 죽어도 알 수가 없었다. 알았어도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어떤 부분은 예뻐하기엔 너무나도 미워서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애정을 담아 입 밖으로 꺼낸 이야기는 상대방의 뺨을 때려서 아프게 했다. 포장하지 않은 생생한 누군가의 모습은 나를 땅바닥에 패대기 쳐서 비참하게 만들었다. 사랑해서 다가가서 곁에 머물렀는데 그게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을 잃어버리기로 했다.
나는 지금도 그들을 사랑한다. 내 등을 쓰다듬던 그의 섬세한 터치가 그립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또 다시 그와의 즐거운 식사 자리를 갖고 싶다. 그러나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2시간을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나를 걱정하는 따듯한 그의 안부인사는 여전히 그대로일지 궁금하다. 그래도 그가 나의 거취를 몰랐으면 한다.
나는 여전히 잃어버린 인연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내가 사랑하는 그의 부분만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만 잘 지내냐고 묻는다. 그리고 정말 이기적이게 그들도 마음속으로 나에게 잘 지내냐고 한 번만 물어봐주기를 바란다. 잃어버린 나의 가족, 친구, 지인, 동료들이 내가 그런 것처럼 나를 그리워해주지는 않을지 상상해 본다.
너무 사랑해서 잃어버린 사람들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는 전에는 내가 알 수 없었던 그들을 알기를 바란다. 그때가 온다면 그것만큼은, 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워했던 부분이 안쓰러워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등 돌리지 않고 그의 손 잡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 그것이 그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름을 다 부를 수는 없는 잃어버린 나의 사람들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나는 그들이 알지 못 하는 곳에서 알지 못 하는 때에 여전히 그들에게 바라기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