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사는 가벼움이 그리운 날에 쓰는 일기
요즘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나라는 사람 자체라든지 요즘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먹고 살 문제 등등 이것저것 주제를 늘어놓고 혼자서 고민을 한다.
분명히 서른이 막 되기 전에는 예전보다 뭐든 더 잘하고, 더 잘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부 다 엉망진창이 된 것 같다. 아무런 능력도 없고 비전도 없이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 된 느낌이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진 감각을 충만히 즐겼던 그때보다 이룬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시간이 많아져서'. 생각이 아니라 시간의 함정에 빠져 버린지도 모른다. 과거보다 훨씬 현명해진 사람이 되었다는 오만과 착각으로 무장하고 겁도 없이 시간이 던져주는 상념 안으로 깊이깊이 흘러 들어갔다. 그 속이 얼마나 가슴을 짓누르고 숨 막히게 하는지 알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패했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이 가득 찬 냄비 안에서 웅크린 개구리처럼 익어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내게 주어진 사는 날 중 많은 날을 아무렇지도 않은 날로 보내기 위해서는 '나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니 모든 일에 너무 심각하게 굴지도 말고, 너무 무겁게 다가가지도 않으면서 인생의 순간순간에 널려 있는 시간의 함정 속에 깊이 빠지지 않도록 잘 도망 다녀야겠다.
스무 살이 되었던 해에 어떤 친구가 나에게 물어봤다. "수련아,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그때 나는 "쿨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여전히 나는 쿨한 사람이고 싶다. 진솔하지만 담백하면서도 너무나 진지하지만은 않은 적당한 무게가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아, 인생을 좀 더 가볍고 심플하게 관조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다가도 이것마저도 그냥 포기하자 한다. 어느 순간에 보면 또다시 정신없이 살면서 생각할 시간이 어딨어! 그냥 하면 되지...라고 할 나 자신이 상상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