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다 가세요.

카페 사장 말고 카페 그 자체가 되고픈 이야기

by 수련

아이러브카페라고, 오래전에 열심히 하던 모바일 게임이 있다. 최근에 '아이러브커피'라는 이름으로 리뉴얼되어 재출시되었길래 사전 예약까지 해서 불나게 했는데 앱 설치부터 삭제까지는 불과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매일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 중 15명 혹은 18명의 만족도 게이지를 완전히 채운 후에 등장하는 VIP(스테이지 끝에 등장하는 중간 보스몹 정도) 손님의 만족도 게이지까지 100%에 도달하면 그다음 날로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형식이다. 그 과정 속에서 레시피 개발도 하고 직원을 가챠로 뽑아서 스킬 레벨도 올린다. 동시에 레시피에 쓸 원두를 직접 재배하고 다른 카페 사장과의 바리스타 대결에 참여하거나 카페 인지도를 높여 더 많은 손님이 카페를 방문하게 한다.


늘 반복되는 방식의 게임에 금방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문득 사람도 이 카페 구조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보면 늘 반가운 단골손님, 한 번 왔다가 다시는 오지 않는 손님, 항상 찾아주다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동안 보이질 않는 손님, 자주 들르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 등 다양한 사람이 찾아와서 자기만족을 채우고 떠나는 그 공간이 '나'인 것이다.




시절 인연. 최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에서 싸늘함을 느끼고 입안에서는 씁쓸함을 맛보았다. 광활한 인터넷 세상의 누군가가 경험했다던 소중한 이가 유야무야 소실되어 버리는 그 체험을 요즘의 내가 생생히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일어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전혀 개인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인간 발달과정 속 보편적인 변화에 나는 남들보다 좀 더 느리게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서로가 서로를 감내할 에너지는 줄어들고, 아무런 이유 없이 스르륵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퍼즐 조각 같은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진실이 어찌나 충격을 주던지.


혹자는 이런 내가 한심하고 순진하다는 듯 질책하기도 했다. '나에게만큼은 그런 일은 없을 거야.'라며 모두가 영원히 변치 않고 함께하는 오늘과 내일을 막연히 믿고 사는 나는 여전히 꿈속에 살아서 더디게 자라는 사람인가 보다.




아이러브커피는 게임의 난이도가 정말 낮다. 18명의 일반 손님의 만족도 게이지를 다 채웠어도 VIP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날의 수고는 전부 수포로 돌아가고, 나는 처음부터 다시 그날의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 있으면 VIP 손님은 다시 나의 카페에 방문한다. 어디 한번 다시 나를 즐겁게 만들어보란 듯이, 이전의 실수는 다 잊고서 말이다. 게임은 접었지만 덕분에 시절 인연이라는 가시 같은 말에 매여 있던 마음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나는 카페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카페다. 인테리어도, 레시피 개발도, 직원 교육도 완벽해지기엔 아직 한참 할 일이 남은 카페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언제든 들러 편안함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평소보다 요상해진 커피 맛에 '당분간은 오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오랫동안 발길을 끊을 수도 있는 카페다.


나는 문을 닫지 않는 24시간 연중무휴인 카페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고 쉽게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커다란 출입문을 가지고 있다. 그 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 중에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손님도 있어서 내가 일부러 내쫓기도 하는 카페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언제든 머물다가 떠날 수 있는 카페다. 훌쩍 멀리 이사를 갔다가 오랜만에 돌아와서 추억에 젖어 잠시 쉬다갈 수도 있는 카페가 되고 싶다. 출입문이 너무 비좁아서 쉽게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그런 카페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작가의 이전글깊어지는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