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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owhat May 20. 2021

나의 강아지를 보내는 일기 0

2021.4.26


오랫동안 망설이기만 하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반려견 코코에 관한 글을. 

이 글을 쓸 생각을 처음 하게 됐던 이유는, 첫째는 코코에 대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놔야 할 것 같아서.

둘째는 코코를 보내고 한 번도 실컷,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마음껏 슬퍼하지 못한 것 같아서였다. 

마지막으로는 이 이유들의 이유를 모르겠어서였다. 뭐라도 써본다면 정리정돈이 조금 될까, 하여. 


슬퍼할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픔을 아껴서 썼다. 당연히 주변의 이들은 말해주었다. 슬퍼함에 자격 같은 건 없다고.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충분히 울라고. 하지만 타인에게서 아무리 그런 말을 듣는다한들 바로 그렇구나, 깨닫는 건 아니다. 당시 내 마음은 코코가 떠난 직후부터 신속하게 스스로를 평가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자격을 따지며 울지 못하다가, 종국에는 (아니 거진 동시에) 울고 싶다는 마음마저 잊어 버렸다. 슬픔에 잠겨 있지 않고 그럭저럭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런 스스로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나를 타박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탓할 사람이 마땅히 없을 때, 탓하기 가장 손쉽고 편한 것은 내게 있어 늘 나 자신이었다. 코코가 죽었던 그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코코를 보낸지 이제 9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하루 걸러 하루 정도 코코 생각이 난다. 특히 낮이든 밤이든 하늘을 보면 잔잔하게 떠오른다. 낮이든 밤이든 하늘 속 구름과 별에서 그 얼굴을 찾는 게 남 모를 습관이 되었다. 코코가 떠난 뒤 기다렸다는 듯이 독립해 얻은 원룸에서, 이제는 가족의 기척을 신경쓰지 않고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러다가도 또 금세 넷플릭스를 키고 아이스크림도 퍼먹는다. 


이 글이 별안간은 아닌 이유는 그래서다. 지난 2020년 초 코코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 드문드문 썼던 일기 조각들을 한 데 모아두려고 한다. 똑바르기보다는 조금 비뚤게 걸어온 내 추모의 길을 한 번 되짚어 두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오랫동안 미뤄둔 슬픔을 제대로 슬퍼하기 위해.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이때는 이런 감정이었구나 라고, 혹시나 또 내 마음들을 뒷전에 내던져놓고 있을 미래의 내게 알려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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