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졸업 여행마저 오늘 전부 끝이 났다. 5년 전 21살 때부터 시작됐던 대학 생활이 끝났다는 것이 종강 이후 여태껏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긴 시간의 마침표를 익숙한 곳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낯선 곳에서 찍어서일까.
나는 아직도 우리 다섯 명이 처음 만났을 때가 생생하다.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대학 생활을 보냈다. 다들 본가와 학교가 멀어서 한 기숙사 안에서 다 같이 생활을 해야 했고, 랜덤으로 뽑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기숙사는 정말 싫었지만 우리가 누구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던 기특한 매개가 되어주었다.
그때 우리는 정말이지 하루 종일 붙어 있었다. 조교가 짜 준 시간표로 모두가 똑같은 수업을 함께 듣고, 수업이 끝나면 함께 밥을 먹고, 밥을 먹고 나면 함께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특이하게도 그 또래의 남자들과는 다르게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우리는 술 없이도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서로에게 할 말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그렇게 종일 얘기하고도 또 다음 날이면 처음 만난 것처럼 말을 했다.
각자 시기와 종류가 모두 달랐던 군 생활 중에서도 우리는 휴가를 나오면 시간이 맞는 사람들과 꼭 어디서든 만나곤 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다.
모두가 전역을 하고 우리는 좁은 기숙사를 벗어나 조금 덜 좁은 원룸에서 자취를 했다. 각자 방은 달랐지만 다섯 명이 한 건물에서 같이 살았고, 그래서 우리는 몇 년째 가족보다 얼굴을 더 많이 보는 사이가 되었다.
우린 여행도 참 많이 갔는데, 일본과 부산과 속초와 태안과 수차례의 서울을 함께 여행하느라 이젠 사진을 봐도 그곳이 저곳인지 저곳이 그곳인지 헷갈려한다.
시간이 느린 듯 빠르게 흐르고 다섯 명이 처음 만난 날보다 5살을 더 먹은 지금, 우리는 마시지 않던 술이 늘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밤은 새지 못하지만 여전히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다음 날이면 또 새로운 주제로 떠들어댄다.
길었던 타지 생활이 끝난 이제는 지난 5년을 떠올리며 그때 찍은 사진들로 추억을 팔고, 앞으로 있을 5년을 계획하며 대학생이란 신분에 가려져 감춰져 있던 막연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걱정한다.
다섯 명의 머릿속이 모두 똑같은 고민들로 가득 차 있을 지금 이 시간도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서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 같이 신나게 웃으며 밤새워 떠들어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