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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May 09. 2017

2017 4말~5초 변화 보고서

우울증 극복기

비가 오니 미세먼지는 양호하다. 얼마 만에 보는 '양호'인지 모르겠다.

투표하러 다녀왔고, 결과를 기다린다.

지난 3주 정도 평소의 내 삶을 변화 시켰고...

그 결과를 글로 정리해 본다.


증상

몸 증상(치열로 인한 피똥, 몸살, 기운 없음, 어지러움 등)

마음 증상(우울감, 자괴감 등)


추측 원인

커피, 술, 누적된 피로, 자아탐구(?), '왜 사는가? 왜 살아내야 하는가?' 고민


#1 커피를 끊다.

3주 가까이 커피를 마시지 않다가 어제 커피를 조금 마셨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장난도 아니다.

하루에 커피 대여섯 잔은 기본인 나였는데….

커피를 끊고 금단 현상은 끊임없이 잠이 온다는 것이었다.

엄청시리 자댔다.

어제 커피를 마시곤... 2시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

그리고 아침이 피곤하다.

커피를 마시면 안 되겠다.

재미있는 점은 끊었다고는 했지만

너무 향기가 좋아서 연한 원두커피는 한두 모금 마셔도 괜찮았는데

맥심 믹스를 먹고는 가슴이 콩닥콩닥했다는 것.

아마도 맥심 믹스엔 뭔가 있다.


#2 술도 끊다.

3주를 끊었다고 하지만.. 밥 먹으며... 너무 먹고 싶어서

맥주 한두 잔 정도는 두어 번 먹었다.

하지만 내겐 맥주는 그다지 술이 아니었으니. 아무튼. 소주는 마시지 않았다.

정신이 또롱또롱하다.

이제 좀 마셔도 되나? 하다가도 또 몸이 안좋을까봐...

평생 끊을 생각은 없고... 당분간 끊는다. ㅋ


#3 한약을 먹다.

한약을 싸이비라고 생각했다.

무슨 한약재도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사 먹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몸의 균형이 깨지고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먹는다.

어쨌든 커피도, 술도 줄인 상태에서...

몸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어서 한약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고, 한약 때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사람들이 좋다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이다.


#4 항우울증 약을 먹어보다.

동네 내과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요새 우울감이 좀 심합니다. 했더니

'항우울제를 드릴까요?' 하더니

7일 치를 넣어줬다.

놀란 점은... 항우울제를 내과에서도 처방받는다는 점

그리고 효과가 너무 좋았다는 점. ㅋㅋㅋ

정말 진짜 땅이 내 몸을 잡아당기는 느낌의 우울감이었고

제법 심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괴로웠고…. 슬펐고…. 우울했다.

아무튼.... 항우울증 약을 하나 먹었는데….

20~30분이 지났을까? 기분이 바로 좋아지더라.

헐~ 이렇게 쉽게 좋아질 것이었나?

기분 좋게 산책을 하고 다음 날 오전까지는 좋았다.

헌데 다음날 오후부터는 기분이 또 축축 처지더라.

이게 약빨이 다했나보다.. 생각했다.

너무 약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과에서 우울증약을 처방 받아서 먹느니 먹더라도 정신과에서 제대로 처방 받아서 먹어야지'

'일주일 먹으면 아마 내성이 생기겠지? 버텨보자'

'우울증 책을 보니 2주 이상 거의 매일 우울해야 우울증이라던데... 나는 지금 매우 작은 수준의 우울증이다.'

그래서 딱 한알 먹었고... 이후 먹지 않았다.

지금 좀 나아진 걸 보면 먹지 않고 잘 이겨낸 것 같다.


#5 뻘짓의 소중함

경험자는 알겠지만...

우울감에 빠져 우울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뻘짓 친구들이 큰 힘이 되었다.

직간접적인 우울증 경험자(?)들이라서 그런가?

'덕분에 어제까지 우울했고 내일부터 행복을 찾게 해줘서 고마워'

'행복에 질려서 내가 자만해지면 또 와줄래?'

'아 우울증 또 왔니?'

우울증 없는 사람도 있나요? 하며

우울증이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는 친구

'살 이유도 없지만 죽을 이유가 없어서 살고 있어요' 하는 친구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위로가 되더라.


#6 죽음

죽음에 대해서 제법 심각하게 생각했다.

죽음 앞에 뭐이리 다들 허망한지

이리도 죽음 앞에 허망함을 생각하면서 무기력해지고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데..

그래도 살겠다고 나 혼자 40만원짜리 한약을 지어먹고.

술도 커피도 끊는다. ㅋㅋㅋㅋㅋㅋ

어제는 공기청정기도 비싼 녀석으로 구입했다.(무이자 5개월)ㅋㅋ

도저히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삶에 대한 집착을 ㅋㅋㅋ 드러냈다. ㅋㅋㅋ

쓰고 보니 좀 부끄럽네.

아무튼 사실이니까.


그래서 결론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도 건강해지지 않고

또 그 병든 마음 때문에 몸도 더 병든다.

마음도 몸도 동시에 처방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3주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 이전의 자신감이나 자존감까지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감은 없을 것 같다.

이 계기로 내 나약함과 한계를 알 수 있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즐거운 일이 있어도 감정의 동요는 적을 것 같다.


내 인생에서 큰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좀 쉬라 가라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찬찬히... 주변을 살피며... 실실 웃으며

경치도 한번 보고... 냄새도 한 번 맡고

뛰지만 말고 걷고 앉아쉬고 하면서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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