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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 Aug 28. 2022

전문직이 그렇게 좋을까?



 오탈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뼛속 깊이 문과생인 나는 아는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모를 것 같다. 내 친구, 그리고 내가 건너건너 아는 친구(그리 친하지 않은)는 로스쿨 오탈자이다. 로스쿨 오탈이라 함은 변호사 시험을 다섯번 탈락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은 딱 5번만 볼 수 있고 5번 떨어지면 재 응시를 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오탈이 된다면 3년 로스쿨 다닌 것과 5년 시험 본 시간이 그냥 헛것이 되고 말아버리는 거다.


 그 친구는 로스쿨 초기 기수였고 충분히 될 수 있을 만한 합격률인데도 떨어졌다.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필터링 당해서 4년을 다녔고, 5년을 내리 공부를 했다. 공부라는 게 참 그런 거 같다. 처음에는 당연히 될 줄 알았다. 처음에는 응시생의 90%정도를 합격시켰다. 그런데 전 기수의 탈락자가 증가하고 다른 기수의 응시자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거기에 비해 합격자는 일정하게 뽑으니 경쟁률은 더 심해지고 있었다. 친구는 5번 시험 치고 다 떨어져서 결국은 법공부를 10년 가까이 한 오탈자가 되고 말았다. 법학석사가 있으면 뭘 하나. 로스쿨을 나왔어도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석사는 학사와 별 차이가 없다. 그 친구는 그냥 가방 끈이 엄청 긴 고학력 백수가 되어버렸다.      


 그 친구의 발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본인은 나레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나레기라는 말은 나 +쓰레기 라는 말의 합성표현이라는 것을 네이버를 검색해서 알았다. 그리고 자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못한다고, 자기 같아서, 이유 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너무 슬프다고 했다. 나도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 떨어지는 애가 왜 떨어지는지 알 것 같은데, 자기 객관화가 안되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어쩌면 그 고집이 10년 동안 고시공부에 매달린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긴 했다.  


 몇 가지 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공부를 해서 시간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했으나, 그래도 공부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는 이야기와 이럴 줄 알았으면 의전원에 도전했으면 의사는 됐을 건데 이런 발언들이 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다 전문직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사회 지도층이 되는 거야”라는 발언.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 언제적 쌍팔년도 소리를 하나 싶어서 한숨이 나왔다. 20년 전에 냉동인간이 된 아이가 봉인 해제 되어 나온 느낌이랄까? 유투버, 스타트업, 기술직 등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조명을 받는 이런 시대에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산다는 게 어쩌면 안타깝기도 했다. 그 친구는 전문직만 못 됐을 뿐이지, 이미 마음은 전문직 뽕이 가득한 오탈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와선 든다.      . 


그 때 친구가 전문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말이 너무나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좀 슬프기도 했다.


“사실 그렇 잖아. 집에 100억쯤 있어봐. 그러면 선택의 기회가 많아져서 굳이 전문직을 고집하진 않을거야. 그런데 사실 다들 100억쯤 있는 건 아니니깐. 집에 돈은 그다지 많거나, 물려줄 사업체는 없는데 애가 공부는 잘해. 그럼 그래도 전문직 해보겠다고 공부하는 거 아닐까?” 


우리나라 대학 입시가 불공정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능이라도 기똥차게 잘 본다면 인생을 예전만큼은 바꾸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의대나 약대를 갈 수 있다. 다른 일반과를 가면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취업준비를 위한 고통이 수반되지만, 최소한 의대나 약대를 가면 그래도 그런 먹고사니즘의 걱정에선 벗어날 수는 있다. 임금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받을 일자리는 항상 존재하고, 근무하는 일자리가 마음에 안 든다면 본인이 약국이나 병원을 차리면 되니깐. 그런 직업이 대한민국에 의사랑 약사 빼곤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꼭 전문직이라는 틀에 매여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다. 내 아이의 적성이 그 쪽이 아닌데 점수 맞춰서 의대랑 약대를 보내고 거기에 맞춰 적응시키고 싶진 않다. 점점 다양성이 존중되고 나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오히려 학생들은 전문직이 되길 강요당하고 전문직이 전부인 양 이야기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진 않다. 차라리 100억을 내가 벌어서 아이 인생의 옵션을 열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애를 공부의 늪에 빠지게 하고 싶진 않다. 20년 전에 냉동인간이 환생해서 나온 것 같던 그 친구를 보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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