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자기지역에서 개원한 원장님이 다른 지역으로 갈 때 인수인계를 해줄 때가 있다.
“야, 내 지역에 OOO 원장님이라고 있어. 너 담당 지역으로 가시니까 잘 알고 있어. 올해 O월, OO동 지역에 개원하시는 것 같더라. 개원예정 현수막 근처에 있으면 거기일테니 잘 찾아가고."
“그분은 뭐 좋아하세요?”
“사소한 거 챙겨주는 거 좋아하고, 우리 약은 알아서 잘 쓰실테니 특별히 걱정안해도 되. 그냥 내 이름 팔아서 열심히 일하면 되니깐 걱정 마.”
“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약을 많이 쓰는 경우에는 직접 가서 인수인계를 해주는 경우도 많았지만, 아닌 경우에는 구두로 하고 끝나던 그런 경우도 많았다.
그 분은 두번째 케이스였다. 그냥 OO지역에서 진료 잘하시던 분인데 거기로 가고 싶다고 하시네, 알아서 잘해봐 이랬던 케이스. 특별히 많이 써줄 것도 없으신 분이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얘기 해봤더니 굳이 우리회사 약을 더 증량할 가능성은 없어보여서 간간이 인사정도만 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 분은 새로 개원해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서 다른 병원들의 빈축을 샀다. 그 지역에 거의 처음으로 입원실 비슷하게 운영해서 진료시간은 다른 클리닉 원장님에 비해 높았고, 호흡기 환자 많은 가을에 독감 백신을 다른 병원에 비해 반값으로 (백신덤핑해서) 접종한다고 해서 지역 의사회에서 욕은 욕 대로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 의사회에서도 제명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났고, 난 다른 분한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다.
“너 혹시 OO지역 OO과 원장님 기억나니?”
“네 알아요. 근데 별로 저희랑 별로 거래 없어서 잘 안갔어요. 그 병원 무슨 일 있어요?”
“거기 내가 아는 친구가 그 병원에 물려서 난감해졌어.”
“왜요? 거기 병원에 원내로 들어갔어요?”
“응 거기가 내 친구가 거기 전납도매상으로 들어갔어. 근데 거기가 생각보다 잘 안되었나봐. 약이랑 이것저것 소모품이 1억정도 들어간 거 같은데. 걔 어쩐다냐 큰일났네.”
“와 대박이네요, 근데 그 원장님은 어떻게 되었는데요?”
“아 그분이 빚을 많이 내고 무리해서 개원을 했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병원이 안 되서.. 나중에 본인 차에 번개탄을 피운 것 같더라. 차에서 연탄가스를 많이 마셔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되었고 누가 발견해서 OO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나봐. 그래서 아직 치료받고 있어. 꽤 오래 입원해 있는 것 같아.”
“그래요? 안타깝네요.”
그 이야기를 듣고 병원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그 건물에 있는 병원에 한번 가본적이 있다. 한동안 병원에 불은 꺼져있었고, 안에는 병원 의자나 관련 집기들이 꽤 많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몇 달 있다 다 철거되었는지 빈 상가만 덩그라니 남았다. 그 이후에는 그 건물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상가가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그 원장님이 지방의 모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만 들리고 그 다음엔 그 분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