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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빈 Aug 25. 2022

의사도 신용불량자가 있나요?


출처: 픽사베이

제약회사 영업을 담당하면서 가끔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닌데도 굳이 회사로 전화를 거는 고객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었다. “도매상에서 제품을 구할 수 없어요, 제품 불량이니 반품해주세요.” 등등 약국 컴플레인은 내가 다니는 회사가 약국 영업을 안 해서 별스럽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주 고객인 의사가 직접 회사에 전화를 했다 하면 겁이 난다. 혹시라도 담당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거나, 사소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으려나 싶어서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예의를 잘 갖춰서 이야기 해도, 진상고객들은 담당자의 조금이라도 흠집을 잡아 대고, 그게 쌓이다 보면 회사에서도 담당자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 직접 전화해서 제품 관련한 일로 다시 병원에 찾아오라는 그런 전화를 받았을 때도 사실 오싹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나 이러다 회사 잘리는 거 아니지? 이러면서 두려워하며 지점장과 같이 동행방문을 했다. 


“과장님, 제가 그때 방문 드리고 명함도 드렸는데, 본사로 왜 전화하셨어요?”

“아 그때 명함 어디다 놓았는지 기억이 안 나고, 약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어서 그냥 회사에 전화했어요. 그리고 내가 아무튼 잘 해결했고요. 그리고 내가 휴대폰이 없어서….”

“근데 과장님, 이거 지금 들고 계신 핸드폰 과장님 것 아니에요?”

“내가 신용불량자라서. 이게 내 핸드폰이 아니에요”

“아……네…… 알겠습니다.” 


“아…..네….” 하면서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질문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을 했다. 말 잘못했다고 우리 회사 제품 안 쓰는 건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다음엔 궁금한 질문도 속으로 삭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영업사원들이나 의사들이 의외로 신용불량자가 있다는 걸 알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할 거다. 


개원해서 몇 번 크게 말아먹거나, 배우자가 과하게 돈을 쓰거나, 본인이 도박을 하거나 투자를 잘 못해서 망하면 아무리 돈 잘 버는 직업이라 선망 받는 의사라도 신용불량자 금방 된다. 개원하다가 망해서 병원 접고 페이닥터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았다. 학부모들이 그렇게 선망하고 공부 쫌 꽤나 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의사도 그리 만만한 직업이 아니라는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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