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옹호에 대한 이해
올해 <장애인식개선> 독서모임 활동을 시작했다. 큰 포부와 함께 시작했지만 비장애인들끼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 책만 읽는다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바뀔까? 그런 의문을 품고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던 어느 날 내 눈에 정독 도서관에서 진행하는《목발과 오븐》의 북토크 정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고민 없이 신청했다.
북토크가 있던 날은 무척 화창했고, 정독 도서관의 봄의 색으로 가득했다. 작가님 역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하는 편이 낫겠다며 내려져있던 프로젝터 스크린을 다시 올리고 강연을 진행했다. 그날의 주제는 '장애 인권'이었다. 장애인들 역시 비장애인들처럼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욕구를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한정적이다. 우리가 느끼는 욕망을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어지게 하지 않는 것이 차별이라고 했다. 머뭇거리지 말고 장애인과 친구가 되라고 했다.
"지금 내 주변에 장애인 친구 한 명도 없다면 반성해야 해요."
그날, 이 말이 나의 가슴에 남아 시민옹호활동가 교육을 듣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가 장애인인데 시민옹호활동가로 활동하게 되면 신체장애보다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과 매칭이 된다고 한다. 전체 장애인구에서 10% 정도가 발달장애인인데, 한 개 구에 1,000명~2,000명 정도가 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 동네에서 장애인을 만난 적이 없다.
가장 고립과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은 지능 70의 경계선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언뜻 보면 비장애인과 같이 때문에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역시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사회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민옹호가 가장 필요한 집단이 이 집단이지 않을까. 교육을 수료하고 시민옹호활동가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복지관에서 1:1 매칭을 해준다. 만나는 것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 그들과 함께 일상적인 삶을 누리면 된다.
수업을 신청을 했지만 평소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서울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내 고민을 선택하기 어려울 때면 아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이번에도 역시 아이는 "새로운 걸 해봐야지!"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고민했던 수업을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또다시 아이와 나의 배움 도전이 시작되었다.
첫 수업을 듣고 온 날, 아이는 나에게 오늘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다. 나는 시민옹호활동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 수업을 다 수료하고 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얘기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수업을 가기 전까지는 가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너의 응원 덕분에 힘내서 다녀왔다고, 용기를 내길 잘했다고, 알찬 시간이었다고 나의 뿌듯함을 전했다.
평소 내성적인 내가 시민옹호활동가로 장애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배움 앞에서 그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할까, 말까'의 고민에서 하는 쪽을 택하며 살아왔으니까.